사실 기무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의 대상이었다. 그만큼 권력의 중심에 있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기무사는 12·12 쿠데타와 5공 독재정권 탄생,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등 암흑의 시기를 주도한 부대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기무사의 전신인 국군보안사령부의 사령관을 역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도 15대 사령관을 지냈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문제는 1990년 보안사에서 복무하던 당시 윤석양 이병의 폭로로 불거졌다. 정치계, 노동계, 종교계, 재야 등 각계 주요 인사와 민간인을 상대로 정치 사찰을 벌인 이른바 ‘청명계획’ 폭로 사건이다. 사회적으로 비판이 쇄도했고, 야당과 학생들을 비롯한 민주화 세력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보안사는 현재의 기무사로 이름을 바꾸고 순수 군 관련 업무로 조직과 체제를 축소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민간인 사찰과 사상검증 등 불법 활동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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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TF는 ‘실종자 가족 및 가족대책위 동향’, ‘세월호 실종자 가족 대상 탐색구조 종결 설득 방안’, ‘유가족 요구사항 무분별 수용 분위기 근절’ 등 보고 문건을 공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실종자 가족 및 가족대책위 대표 인물의 이름과 관계, 과거 경력 등을 정리하고 성향을 강경·중도 등으로 분류했다.
특히 기무사는 보수단체들이 좌파집회에 대항하는 맞불집회를 열 수 있도록 소위 ‘좌파집회’(시민단체 집회 등) 정보를 달라는 요청에 응해 세월호 사건 관련 시국 집회 정보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무사의 직무범위를 벗어난 활동이라는게 조사TF 판단이다. 기무사가 군인이 아닌 민간인을 대상으로 성향을 분류하고 동향을 파악해 상부에 보고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의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기무사가 이른바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한 활동에 개입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어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국방부는 TF를 꾸려 기무사 개혁을 위한 방안을 만들고 있다. 기무사는 4000여명 규모의 조직에 불과하지만 정보기관 특성 때문에 사령관은 중장이다. 참모장과 처장, 부대장 등 장군도 9명이나 된다. TF는 현재 이같은 기무사 조직과 권한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관련 규정을 개정해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금지를 명시하고 위반 시 처벌근거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