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국제유가가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관련 펀드들의 수익률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를 앞두고 감산 합의 연장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원유펀드들이 들썩이고 있다.
◇유가 최고 70달러 예상도…“OPEC 결과 지켜봐야”
23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원유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인버스 제외)은 평균 7.81%로 집계됐다. 지난 6월 말까지만 해도 원유펀드들은 연초 이후 마이너스(-) 22.27%를 기록했으나 최근 수익률 회복을 통해 -6.95%까지 회복했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의 권력 다툼이 벌어지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며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키스톤 파이프라인(캐나다 앨버타 주에서 미국 텍사스주에 이르는 송유관) 가동 중단 소식과 미국 원유 재고 감소 등의 영향으로 크게 올랐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19달러(2.1%) 오른 58.02달러를 기록, 2015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사우스다코타 지역에서 5000배럴 가량 유출된 후 지난주부터 공급량이 축소됐다. 캐나다 키스톤 송유관에서 기름 유출이 증가해 미국으로의 공급량이 11월 말까지 기존 수준에서 85%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유가는 내년까지 배럴당 최고 70달러까지 움직일 것으로 예상, 원유 펀드 수익률은 회복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편에서는 국제 유가를 70달러 선까지 전망하고 있다. 미국 재고 감소, 드라이빙 시즌(4~9월) 등 계절적 성수기 등이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오는 30일 정례회담을 앞둔 OPEC에서는 생산쿼터 기한을 기존 2018년 말까지 연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러시아의 반대로 2018년 9월까지로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최 연구원은 “국제 유가의 상단을 조금 낮춰 최고 65달러선으로 예상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OPEC 정례회의 후 단기적으로 유가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어 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먹구름 낀 원자재…원유 강세 지속 예상
뚜렷한 방향성을 기대할 수 있는 원유를 제외한 다른 원자재들은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농산물펀드는 기상 이변 없는 한 가격 상승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점쳤다. 올해 들어 농산물펀드는 평균 -7.20%를 기록 중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 엘니뇨를 끝으로 기상 이변이 부재한 상황이다. 최근 미국 기상청이 올 겨울 라니냐 발생 확률 높게 보고 있으나 올해 말과 내년 초 라니냐 피해가 부재하다면 내년에도 농산물 가격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금(金)펀드도 마찬가지다. 연초 이후 수익률(인버스 제외)이 평균 6.02%를 기록 중이나 최근 1개월로 보면 2.08% 손실을 내고 있다. 오 연구원은 “금은 인플레이션과 위험자산 리스크를 헤지하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하지만 금리 상승기 동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으므로 다른 원자재에 비해 매력이 떨어진다. 올해 최선호였던 금은 내년에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