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파생상품시장과 규제완화

김도년 기자I 2014.02.26 20:00:55
[박원호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 우리나라 파생상품 거래량이 2년 새 79% 줄었다. 코스피200 옵션의 거래 승수 인상, FX마진거래 증거금 인상, 주식워런트증권(ELW) 유동성공급자(LP) 호가 제한 등 파생상품 규제를 강화한 결과란다. 이런 규제들은 개인의 과도한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기 위해 마련됐는데 아쉬운 측면이 없지 않다.

선물시장은 현물시장의 가격을 선도하고 변동성을 헤지하는 기능이 있다. 따라서 파생상품시장이 위축되면 현물시장은 물론 자본시장 전체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불합리한 규제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

파생상품에 대한 합리적인 과세 제도를 마련하는 일부터가 절실한 상황이다. 파생상품시장은 낮은 거래비용으로 기초자산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시장으로 거래비용에 민감하다. 거래세를 부과하면 차익거래시장에 참여할 유인이 사라져 버린다. 차익거래는 현물과 선물의 가격 괴리가 커졌을 때 이를 줄이며 변동성을 줄이는데, 높은 거래세로 인해 차익거래가 실종되면 대량 현물(주식) 매도가 발생할 때에 주가 급락을 방지하는 범퍼 역할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거래세를 낮은 세율로 부과할 때도 세수확보 효과는 거의 없고 현물거래 위축으로 세수는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주요 선진국이 파생상품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수증대 효과는 불확실하고 증시 불안정성만 심화시킬 수 있는 파생상품 과세는 다시 고민봐야 한다.

주식워런트증권(ELW)시장은 3차례에 걸친 규제로 일 평균거래대금이 규제 직전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헤지거래 등 건전한 투자 수요까지 위축돼 ELW의 본래 기능마저 상실됐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LP호가 규제로 투자자는 이전보다 높은 가격에 사서 낮은 가격에 팔 수 밖에 없게 됐다. LP호가제도 보완, LP간 경쟁체제 구축 등을 통해 가격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스켈퍼의 투기거래차단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파생상품거래를 위해 사전에 일정 규모 이상의 기본 예탁금을 예치토록 하는 것은 개인투자의 무분별한 파생상품시장 진입을 억제할 수 있지만, 시장의 유동성 감소 현상을 초래한다. 금융 선진국에서 이런 제도를 운용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증거금을 100% 사전 납부하는 옵션 매수와 ELW에는 예외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신규 파생상품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 장내 파생상품 수는 매우 적고(15개) 지수선물, 옵션, ELW 등 고위험, 고수익 상품에 편중돼 있다.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중위험, 중수익 투자상품인 상장지수증권(Exchange Traded Note) 등과 같은 상품을 개발해 다양한 기대수익과 위험구조로 투자수요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파생상품시장을 포함한 지금의 자본시장은 장기침체란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파생상품시장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때로는 금융위기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위험관리기능은 물론 현물시장을 선도하는 등 다양한 순기능이 있다. 모든 파생상품이 위험하고 그래서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대한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파생상품 거래 단위도 다양화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파생상품 거래단위가 1개(코스피200 선물·옵션의 경우 50만원)로 돼 있어 다양한 투자 수요 충족이 어렵고 거래하기가 불편하다. 거래단위를 50만원, 10만원 등과 같이 다양화해 거래 편의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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