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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기행' 김미조 감독 "실제 네자매 중 막내…이정은, 처음부터 주인공"[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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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재 기자I 2026.08.19 12: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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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상업영화, 관객 공감이 제일 중요"
"2014년부터 작품 구상…예상대로 캐스팅"
"걱정 많았지만…세 가지 목표로 만들었다"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이정은 선배님을 비롯해 공효진, 박소담, 이연 배우 모두 제 노트에 적혀있던 분들이에요. 기필코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김미조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김미조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김미조 감독이 1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경주기행’ 공개 전 인터뷰에서 작품 준비 과정과 캐스팅 비화를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죽이는’ 여행을 떠난 네 모녀의 가족 복수극.

이정은은 딸을 잃은 슬픔과 분노를 밀도 높게 그려낸 엄마 ‘옥실’ 역을 맡았다. 공효진은 언제나 가족이 1순위인 장녀 장주를, 박소담은 철저한 계산으로 움직이는 브레인 둘째 영주를, 이연은 앞뒤 재지 않고 일단 몸을 던지는 행동파 셋째 동주 역을 맡았다. 그리고 변요한은 ‘그놈’ 백상현 역을 연기했다.

영화 '경주기행' 포스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경주기행' 포스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경주기행’은 김 감독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그는 “경주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가족들이 우비를 입고 대릉원을 걷는 모습을 보면서 시작하게 됐다. 경주를 떠올리면 예쁜 것들만 떠올랐는데, 왠지 기이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주라는 공간 안에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을 때 가족들이 이를 해결하는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네 자매라는 김 감독은 이번 작품에 가족의 이야기를 많이 투영했다고 했다. 엄마 걱정을 하는 큰 언니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둘째 언니, 그리고 프로레슬러 출신 셋째언니까지. 김 감독은 부모님 몰래 자퇴하고 4수를 해 온가족을 놀라게 한 막내였다. 김 감독은 “엄마는 딸들 수만큼 얼굴이 다양하다는 걸 느꼈던 것 같다. 가장 많이 생각했던 문장 하나는 가장 강력한 조력자이자 가장 강력한 적대자라는 거였다”고 전했다.

2014년 영화를 시작하면서부터 ‘경주기행’ 구상을 시작했고, 2021년부터 시나리오를 썼다. 김 감독은 “이미 정은 선배님이 주인공이었다. 감정적 깊이나 울림을 보여주시는 정은 선배님을 늘 동경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그리는 엄마가 정은 선배님과 가까웠다”면서 “‘갈매기’를 찍고 나서 다른 영화의 스크립터를 하게 됐는데, 정은 선배님 연기에 울고 있는 저를 보면서 확신이 들었다. 기필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이정은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용서하지 않을 권리’, ‘금요일엔 돌아오렴’ 등 유가족이나 생존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이정은에게 선물하며 깊은 교감을 나눴다고 했다.

김미조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김미조 감독(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첫째 장주 역의 공효진에 대해선 “장주가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효진 선배님의 광팬이었다. 성덕(성공한 덕후)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안 해주실 줄 알았는데 성사돼서 기뻤다”고 웃어 보였다.

박소담은 둘째 영주 역을 연기했다. 김 감독은 “외로운 섬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잘났고 가진 건 많지만 환경이 뒤따라주지 않고, 말은 세게 하는데 여리다”고 말했다. 그는 박소담에 대해 “너무 잘하지 않나”라며 “‘유령’을 보면서 외로워보인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막내 동주 역의 이연에 대해선 그가 출연한 ‘담쟁이’라는 영화를 언급했다. 김 감독은 “그때부터 제 노트에 적어놨었다”면서 “너무 어려운 캐릭터인데, ‘소년심판’을 보고 배우의 에너지로 해줄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 무조건 저분이랑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경주기행’은 데뷔작 ‘갈매기’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미조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그는 “그 전까지 영화를 만들 때는 보는 사람을 크게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다. 이 작품도 그 근본은 달라지진 않았지만 ‘내가 느끼는 것을 관객분들도 똑같이 느낄 수 있는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적제재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옥실의 선택에 있어, ‘나라도 저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감정을 가지게 하는 게 목표였던 것 같다”며 “공감을 하실 수 있게 설계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장르적 재미와 긴장감도 살려야 하기 때문에 확실히 의식을 하면서 만들게 되더라”라고 과정을 설명했다.

영화 '경주기행' 스틸(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경주기행' 스틸(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경주기행’은 기존의 복수극과는 다른 문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인물의 잔혹함을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관객에게 긴장감을 주면서 충실하게 극을 이끈다. 김 감독은 변요한을 언급하며 “‘왜 노개런티로 하셨지?’라고 생각할 만큼 진짜 열심히 해주셨다”며 “아이디어도 많이 내주셔서 백상현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복수극이기도 하고 스릴러적 요소도 있기 때문에 잔혹성을 보여줘야 장르적 긴장감을 끌어올리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결국 저의 초심, 작품의 본질을 생각하면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이 슬퍼하는 이야기를 담는데, 그 과정을 잔혹하게 묘사하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김 감독은 “시사 전에 잠을 한숨도 못 잘 만큼 긴장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을 만들었을 때의 감정이나 진심을 느껴주셨으면 좋겠는데 ‘왜 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블랙코미디로 틀었어?’ 하실까봐 걱정도 컸다. 긴장한 것보다는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한숨 놓인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의 목표는 세 가지였다. 배우·스태프들이 창피하지 않은 작품,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작품, 마지막은 이 작품을 계기로 다음 작품의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김 감독은 “이 세 가지를 늘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작품이 담은 이야기에 비해 ‘경주기행’이라는 제목이 무난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제목을 바꾸려고 무던히 노력했었지만 2014년 이 이야기를 구상했을 때부터 ‘경주기행’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진기행’을 재밌게 읽기도 했었고 소설 속 안개 이미지가 너무 좋아서 어릴 때부터 심취했었던 것 같다”며 “기행이라는 단어가 너무 좋았다. 여행이라는 뜻도 있고 기이한 행동이라는 뜻도 있고, 경주가 장소이면서 이름이기도 하지 않나. 영화를 보고 나면 공감해주실 거라고 믿었다”고 전했다.

개봉 전부터 하와이 국제영화제, 피렌체 한국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경주기행’은 지난 3월 열린 제24회 피렌체 한국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관객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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