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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폭력`에 벼랑 끝 몰리는 청소년들…플랫폼은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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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지 기자I 2025.05.22 15:51:08

푸른나무재단, 2025 학교폭력 실태조사 발표
딥페이크 악용하고, SNS로 명예훼손…사이버 학폭 ↑
손놓은 플랫폼…가해 학생 SNS 제재 18.6%
재단, ‘플랫폼 책임 강화’ 등 대선후보에 10대 과제 제시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고교 1학년 A양은 어느 날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이른바 ‘딥페이크(Deepfake·허위 사진과 영상)’ 음란물을 받았다. 가해자는 익명 뒤에 숨어 영상을 빌미로 성매매를 강요하기까지 했다. A양은 용기를 내 이 사실을 학교에 알렸지만 돌아온 것은 자작극이라는 소문이었다. 이후 A양은 이후 심각한 정신적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B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친구들에게 동성애자라는 놀림과 괴롭힘을 당했다. 이에 대해 해당 플랫폼 업체에 제재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허위 사실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기도 했다. 학교에서 완전히 낙인 찍힌 B군은 불안과 우울감에 빠져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학생의 사례처럼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학교 폭력의 심각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청소년 사이에서 딥페이크 등을 활용한 성폭력도 빈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온·오프라인 경계를 넘나드는 학교 폭력 양상에 플랫폼들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2025 학교폭력 실태조사 발표 및 21대 대선후보 정책제안 기자회견에서 학교폭력 피해자 이가영(가명)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늘어나는 사이버폭력…극단 선택 충동 비중도 높아

청소년 학교폭력 예방기관 푸른나무재단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재단 교육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5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은 청소년들의 사이버 폭력 피해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재단이 지난해 11월 18일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전국 초중고교생 1만 2002명에게 조사한 결과, 2024년 사이버 폭력 피해 유형은 전년 대비 1.9%p 증가한 17%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전체 피해 유형 중 언어폭력(28%)에 이어 2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이버폭력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는 성폭력이다. 사이버 성폭력의 비중은 2021년 2.8%에서 지난해 13.3%로 4.8배나 증가했다. 이 중 딥페이크 악용 사례가 24.7%에 달했다.

최근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사회생활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 같은 사이버폭력의 폐해는 심각해지고 있다. 사이버폭력 피해학생과 사이버 성폭력 피해학생의 자살 및 자해 충동 경험률은 각 47.5%, 65.6%로 전체 피해 학생 평균인 38%를 크게 웃돌았다.

실제 A양의 경우 괜히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렸다가 보복을 당하거나 소문이 확산할 것을 우려해 고립됐고 이 과정에서 심각한 수준의 자살 충동을 호소했다고 했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푸른나무재단 교육센터에서 푸른나무재단 관계자들이 “학교폭력 없는 세상 열어라!”고 구호를 외치며 가면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뒷짐진 플랫폼…“국제 협력 기반한 플랫폼 규제 필요”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도 플랫폼들이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가해 학생 10명 중 8명(81.4%)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가해 학생 계정에 실질적으로 제재가 이뤄진 비율은 18.6%에 불과했다. 교사에게 지도를 받았다는 응답도 20.9%에 그쳤다.

사이버상 학교 폭력은 피·가해를 구분하기 어렵게 해 학교폭력 근절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미정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학교폭력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것도 크다”며 “단순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오프라인이 혼재돼 구분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이 때문에 사이버 학교폭력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고 꼽았다. 박길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은 “다른 문제도 중요하지만 플랫폼상 진행되는 여러 양상, AI 기반 문제가 심각하다”며 “국내만이 아니라 국제적 문제인 만큼 국제 협력을 기반으로하는 접근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단은 이러한 바람을 담아 21대 대선후보와 정당에도 학교폭력 10대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재단 측은 △사이버폭력에 대한 적극 대응(플랫폼 책임 강화 및 AI 기반 감지 체계 구축) △피해학생 보호 및 회복 지원 확대 △사안처리의 교육적 전환과 제도 개선, △예방교육의 실효성 제고, △비폭력 사회문화 조성을 위한 환경 구축 등 5개 핵심 영역에서 10대 과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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