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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인플레” 다시 꺼낸 파월…흑역사 반복?

김상윤 기자I 2025.03.20 15:29:16

연준, 기준금리 동결…두차례 금리인하 전망도 유지
경제성장률 낮추고, 인플레는 상향…스태그 우려 드러내
파월, 트럼프 관세 영향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괜찮다
내달 '상호관세' 본격 시행 관건...파월 판단 유지할까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확신 할 수는 없지만, 관세 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을 기본 시나리오로 본다. 물론 우리는 실제로 일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 영향에 대해 한때 포기했던 용어를 다시 되살리며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우리가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빠르게 사라질 경우, 즉 일시적인 경우에는 이를 간과하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한마디에 시장은 환호했지만, 내달 4월2일 ‘상호관세’가 본격 시행될 경우 파월의 판단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올해 두차례 인하 전망유지했지만…‘S’우려 드러낸 경기전망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4.25~4.5%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피벗(긴축정책서 전환)을 통해 세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결정한 이후 두달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고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일단 신중한 스탠스를 취한 것이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dot plot)는 변함이 없었다. 연준 위원들은 올해 최종 기준금리 수준(중앙값)을 3.9%로 유지했다. 3개월 전 예측(3.9%)을 그대로 둔 것이다. 이에 따라 연준은 현재 기준금리 4.25~4.5%에서 올해 약 두차례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내후년 기준금리 전망치도 그대로 유지했다. 2026년 최종금리는 3.4%, 2027년 최종금리도 3.1%로 유지했다. 중장기 금리도 3.0%로 유지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연준 위원들의 입장은 다소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점도표에서는 단 한명의 위원이 올해 금리 동결을 예상했지만, 이번에는 무려 4명이 동결을 지지했다.

연준 위원들의 경제전망도 보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이 엿보였다. 연준 위원들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1.7%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보다 0.4%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연 2.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이전 예상보다 0.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연 2.8%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역시 예전보다 0.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관세 영향 인정하면서도 일단은 ‘일시적’이라고 평가

하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은 대체로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성격이 강했다. 파월 의장은 관세가 이미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경제 전망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최근 두달 간 상품가격 인플레이션은 예상치 못한 것이라면서 관세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며 “아마도 사람들이 관세 부과 전에 해당 상품에 대한 사재기를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추가진전이 지연될 수도 있다”며 관세 영향을 일부 인정했다.

그럼에도 그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일시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기본시나리오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재차 언급했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파월 의장의 언급은 팬데믹 이후 물가상승률이 급등하던 2021년에 이미 나왔다. 그는 인플레이션 급등을 공급망 교란에 따른 일시적 충격이라고 판단했다가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고, 이후 ‘자이언트스텝’(75bp)을 연달아 단행하면서 시장을 혼란에 빠트리기도 했다. 파월 의장에게는 ‘흑역사’와 다름없었던 단어를 다시 꺼내 든 것이다.

그가 이처럼 판단한 것은 관세에 따라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우려가 있긴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데이터 때문이다. 1년, 3년 기대인플레이션은 빠르게 상향됐지만, 연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기(5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여전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관세 영향이 일부 상품에는 나타나고 있지만 전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쳤던 주택 서비스 인플레이션 등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트럼프 관세가 팬데믹 때처럼 전체 시장을 뒤흔들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질문엔 “현재 우리는 실업률이 완전고용에 근접한 4.1%를 유지하는 동안에도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2%에 가깝게 둔화하는 상황에 있다”며 “우리가 (1970년대의) 그런 상황과 비교할 만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진 않는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파월의 판단은 트럼프의 상호관세 정책이 내달초부터 본격 시작되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전 연준 이사회 특별 고문인 엘렌 미드 듀크대 경제학 교수는 “문제는 관세가 전체적인 인플레이션 과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라며 “파월 의장은 관세로 인해 발생하는 초기 가격 수준 변화, 즉 일회성 상승에 초점을 맞춘 듯하지만 관세가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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