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서민금융 분야 사회공헌 대부분은 '고객 돈'

서대웅 기자I 2023.04.13 18:12:17

금융위, 국내은행 사회공헌 현황 공개
4677억 대부분은 '휴면예금 출연금'
김소영 "사회공헌 취지와 맞지 않다"
작년 총 1조1300억원 지출...순익 6%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5차 실무작업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이데일리 서대웅 이명철 기자] 국내 은행들이 서민금융 분야에 쏟는 사회공헌 지출액 대부분은 ‘고객 돈’을 출연한 금액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에 따라 사실상 의무적으로 내는 돈을 사회공헌 지출액으로 잡고 있는 것이다. 김소영(사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사회공헌 취지와 맞지 않다”고 했다.

금융위원회가 13일 공개한 ‘국내은행 사회공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들이 서민금융 분야에 지출한 사회공헌 금액은 467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돈의 대부분은 법에 따라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는 휴면예금 출연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고객이 맡겼지만 찾아가지 않은 돈을 서금원에 출연한 건데 이를 사회공헌 실적으로 잡고 있는 것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전날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5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휴면예금 등 사회공헌 취지와 맞지 않는 항목을 포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휴면예금 관리를 규율하는 서민금융법은 은행의 출연을 강제하고 있진 않다. 서민금융법 제40조는 “금융회사는 휴면예금을 휴면계정에 출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은행들은 서금원과 협약 형태로 휴면예금을 출연하고 있다. 2금융권 중에선 보험사들만 출연하며 저축은행 등은 출연하지 않는다.

하지만 법 제정 취지가 예금주 보호라는 측면에서 휴면예금 출연금을 사회공헌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의가 TF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휴면예금은 5년간 거래가 일어나지 않아 소멸시효가 완성된 예금이다. 서금원 관계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됐기 때문에 예금은 당장 은행 소유가 되는 것이지만 예금주의 원권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법에 따라 예금주가 돈을 찾으려 한다면 은행은 예금액을 돌려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금원이 은행들로부터 출연받은 돈을 다른 사회공헌에 쓰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예금주가 돈을 찾도록 보관하고 있을 뿐이다. 과거 은행들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예금을 은행 수익으로 잡아 원권리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2007년 휴면예금법이 제정되고 2016년 서민금융법으로 확대 개편됐다. 결국 언젠가는 고객에게 돌아가게 될 돈을 은행들은 사회공헌 실적으로 잡고 있던 것이다.

(자료=금융위원회)
전체 사회공헌 금액은 1조1305억원으로 당기순익의 6% 수준이었다. 서민그미융(4677억원) 외에 △지역사회·공익 분야가 4508억원(39.9%) △학술·교육 1010억원(8.9%) △메세나·체육 933억원(8.3%) △환경 95억원(0.8%) △글로벌 83억원(0.7%) 순이었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이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서금원, 신용회복위원회와 ‘취약계층 소액생계비대출 및 채무조정 성실상환자 소액금융 지원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은행권은 서금원에 3년간 1500억원, 신용회복위에 4년간 700억원을 출연한다. 캠코는 서금원에 올해 500억원을 출연키로 했다.

서금원은 은행권과 캠코가 출연한 2000억원을 활용해 소액생계비대출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불법사금융 피해 우려가 있는 저소득·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최대 100만원 이내의 생계자금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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