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부시장, 미꾸라지"·"나는 법 몰라"…의정부시의회 막말 대잔치

정재훈 기자I 2023.02.16 21:13:44

16일 320회 임시회 열려…의원 자질논란 점화
인신모욕에 무지(無知) 드러낸 의정부시의회
시민들 "의정부시민이라는게 부끄러울 지경"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두 사람의 공통점은 미꾸라지 같다는 점이다”

“나는 법이 뭔지 잘 모른다. 모든 것을 법에 근거를 두고 하는 것은 우리 삶과 어울리지 않는다”

마치 싸움판의 무뢰배들 간 대화에서 오고 갈 만한 이런 문장들이 신의칙과 법률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경기도의 한 기초지방자치단체 의회에서 나왔다.

시장과 부시장을 ‘미꾸라지’라고 지칭하고 법률에 대한 무지(無知)를 방패 삼아 모르쇠로 일관하는 행태를 보이는 등 의정부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시민의 대의기구로서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의정부시의회)
16일 오후 열린 경기 의정부시의회 제320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김지호 의원은 김동근 시장을 불러세워 △고산동물류센터 백지화 이행 가능성 △장암공공하수처리장 민간투자사업 적합여부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에 대해 질의했다.

질의 중 “시장의 언행과 행동을 볼때 시의회를 내심 무시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는 말로 공격의 포문을 연 김 의원은 3건의 질의를 진행하는 내내 시장의 답변이 자신이 조사한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씀하시는게 문제”, “시장님의 쪼가리 지식”이라는 등의 감정적 표현을 쏟아냈다.

김 의원의 이같은 언행에 김동근 시장이 “공부를 제대로 해라”, “질문을 정교하게 해라”고 맞대응 하면서 갈등이 격화되자 의장이 나서 분위기를 추스리기도 했다.

이어 안동광 부시장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김 의원은 시장과 부시장을 ‘미꾸라지’로 빗대어 지칭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민선8기를 앞둔 지난해 6월말께 안 부시장이 직무대리로 있으면서 시장 비서실 직원을 인사조치 한 사항의 위법성을 따져 물었고 안 부시장이 법적으로 정당한 행정행위라는 답변을 내놓자, 시장과 부시장을 싸잡아 “미꾸라지 같다”고 표현했다.

안 부시장은 즉각 “인신모욕적 발언이다”라고 지적했지만 김 의원은 이에 대한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이어 단상에 오른 이계옥 의원은 자신의 전문지식과 법률적 무지(無知)를 마치 자랑이나 하듯 수차례 강조했지만 정작 질의에서는 안 부시장의 인사조치에 대한 위법성을 지적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은 집행부가 제출한 사전 답변서에 쓰인 ‘사고’라는 단어를 꼬투리 잡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데 그치고 말았다.

이 의원은 “직무대리란 공무원에게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직무를 대신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했는데 당시 안병용 시장이 무슨 사고가 났냐”고 다그쳤다.

이에 대해 안동광 부시장이 “해당 정의에서 규정한 ‘사고’는 휴가와 출장 등을 의미하는 것이지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교통사고 등의 사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시장과 부시장에 대한 모욕적 발언과 답변을 제대로 들으려 하지도 않는 자세는 물론 자신의 무지함까지 자랑스럽게 밝히는 이같은 시의회의 행태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시의원의 자질 미달을 넘어 시의 미래를 걱정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날 본회의를 생중계로 지켜 본 서은선(43·여)씨는 “내 생각대로 내가 하고싶은 말을 되풀이하는 질의만 하고 상대방의 답변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데다 답변자의 촌철살인에 모욕적 언사로 대응하는 이런 모습은 마치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국회에서 벌이는 질의답변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 박모(38)씨는 “법률에 의해 출마해 당선되고 법률에 따른 의정활동을 하는 시의원이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나는 법을 모른다’, ‘법에 근거를 두는 것은 우리 삶과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말을 내뱉는 것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의정부시민이라는 것이 부끄러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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