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스텝’(75bp 금리 인상, 1bp=0.01%포인트) 단행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현재의 물가 급등의 주 요인이 에너지와 식량인 만큼 증시 방향성이 ‘정치’의 영역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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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1.83%(45.59포인트) 하락한 2447.38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2020년 11월10일(2452.83)이후 최저다. 코스닥 지수는 2.93%(24.17포인트) 떨어진 799.41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최저점은 795.42로, 지난 2020년 9월25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는 7거래일 연속, 코스닥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물가 지표 충격과 금리 인상 경계를 반영했다.
지난주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충격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모습이지만, 14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역대 최고치에서 두 달째 하락세를 이어가는 등 긍정적인 시그널도 나온 상황이었다. 이에 양대 지수는 장 초반 소폭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승폭을 재차 반납하고 낙폭을 키우며 FOMC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선물시장이 6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99.8%로 반영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했다”면서 “유로달러 선물 스프레드로 보면 6월 이후 올해 연말까지 추가 180bp 인상이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금리 인상 기조의 강화는 결국 기업의 비용 부담은 물론 주가 밸류에이션 할인율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미 추정 기관수가 3곳 이상인 상장사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1개월 전 기준 60조6444억원에서 58조772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13년 만에 1290원대로 오른 환율도 부담이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전일 종가인 1286.40원 대비 4.10원 오른 1290.50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09년 7월14일1293.0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외국인은 이날 국내 증시 현·선물 시장에서 모두 6000억원, 1200억원에 가까운 순매도세를 보였다.
◇ “이제는 정치의 영역…연준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이 필요”
이처럼 증시가 약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이제는 정치의 영역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치력을 놓고 실갱이가 벌어지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사우디 방문에 나서면서 정치력을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는 정치의 영역”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하겠다고 하는데, 정치에서 방향을 잡으려는 노력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참모진이 물가 상승을 필사적으로 잡으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보니 백악관 내부에 좌절감이 돌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가 이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이번 5월 CPI를 다시 급등시킨 요인으로는 에너지와 식량이 꼽힌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식량 강국의 수출금지 등 각국의 정치적 요소가 작용된 요인들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센터장은 “이번 물가 급등의 요인은 에너지와 식량”이라며 “이쪽에서 변화가 있어야 의미있는 상승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유가는 금리와 마찬가지로 기업에 이중고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고유가가 밸류에이션과 이익 양쪽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유가 하락을 확인하기 전까지 증시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사우디 방문은 의미가 있다.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내달 13~16일 방문한다. 한 시황 섹터 연구원은 “이미 어떤 얘기가 미리 이뤄졌으니 방문하는 것 아니겠냐”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이날 증시 폭락만 놓고 보면 시장이 75bp로 올려달라고 하는 상황”이라며 “연준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