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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대만은 22일 한국에서 생산한 AZ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해당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한 것으로, 대만 총리 격인 쑤전창 행정원장도 이날 자원해서 백신을 맞았다. AZ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정부의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알리려는 이유에서다.
같은날 인도네시아도 AZ 접종을 재개했다. 혈전 논란이 벌어지자 지난 15일 접종을 유보하기로 한 지 일주일 만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접종을 보류한 태국은 지난 16일 AZ 접종을 재개했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가장 먼저 맞았다.
AZ 백신 개발국인 영국도 이미 접종을 재개한 상태다. 지난 18일 유럽의약품청(EMA)이 “AZ 백신은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발표하자 보리스 존슨 총리가 바로 이튿날 접종받으며 안전성을 강조하면서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AZ 접종을 보류했던 유럽 국가들도 지난주 줄줄이 접종을 전면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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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EU는 치열하게 AZ 백신 확보전을 벌이고 있다.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EU는 1970년대 석유파동 때 발동한 EU 조약까지 거론하며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들면서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는 네덜란드에서 생산한 AZ 백신을 영국에 수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U 역내에서 제조된 모든 AZ 백신은 유럽 안에서만 사용하겠다는 설명이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EU에 백신을 판매하지 않으면서 백신 접종률이 EU보다 높은 나라들에 대해 백신 수출 제한을 강화할 수 있다”며 EU 조약 122조 발동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조항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발동된 적 없어, 그만큼 EU가 백신 수급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EU의 낮은 백신 접종률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다. 현재 EU 백신 접종률은 12%에 불과해 영국(43%)과 미국(37%)를 훨씬 밑돈다. 영국에서는 성인 인구 절반이 넘는 2760만명이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한 상태다.
EU의 선전포고에 영국도 발끈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BBC에 “영국과 벽을 세우려는 건 EU와 영국 시민 모두에게 피해를 끼칠 뿐”이라며 “이로 인해 EU 평판이 손상되면 단기간에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