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 캐시백' 사라진 이유

김범준 기자I 2020.05.08 19:03:05

금융당국 "카드사 마케팅 자제하라" 압력
일부 카드사, 준비한 고객 혜택 돌연 취소
'과열경쟁 방지' vs '과도한 시장개입' 논란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오는 11일부터 가구당 최대 100만원씩 지급하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신용카드사들의 마케팅 활동에 전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 카드사는 당초 100% 캐시백 고객 이벤트도 준비했다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국가 위기 상황에 따른 정책성 자금을 두고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지양하자는 취지인데, 이를 두고 민간의 자율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관치(官治)금융’ 아니냐는 지적도 따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씨(BC)카드는 당초 긴급재난지원금을 자사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사용 금액 100%까지 돌려주는 캐시백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보류했다. 관련 내용 안내도 부랴부랴 회수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고객 입장에서는 최고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의 캐시백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된 셈이다.

BC카드 관계자는 “내부 입장 변경에 따라 (긴급재난지원금) 마케팅 시행 여부에 대해 현재 전면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정은 BC카드 뿐만이 아니다. NH농협은행의 NH농협카드도 자사 카드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으면 추첨을 통해 SPC 상품권 1만원권을 제공할 예정이었지만 전면 취소했다. 홈페이지에 사전 안내됐던 공지도 이날 삭제됐다.

농협카드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기조도 있고 자칫 영업 과열이라는 오해가 생길 소지가 있어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고객 프로모션에 대해 내부적으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면서 “대신 고객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두고 고객 이벤트 등 마케팅을 준비했다가 보류 또는 철회한 데에는 금융당국의 입김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안전부 주최로 열린 ‘정부·지자체·카드사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위한 업무협약’에서 “11일부터 카드사들이 시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제때 지급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며 “마케팅 과열 양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금융위 입장과 같다며 개별 카드사 현업부서에 마케팅 자제를 지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과열 경쟁 조짐이 감지되자 사실상 금융당국이 ‘마케팅 금지’ 가이드라인을 공개적으로 못 박은 것이다.

실제 앞서 경기도가 전 도민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원씩 지급한 ‘코로나19 재난기본소득’을 두고 일부 카드사들이 캐시백 또는 음료 교환쿠폰 등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삼성카드는 경기도 거주 고객들에게 자사 카드로 재난기본소득을 신청하면 5000원에서 1만원 사이의 금액을 캐시백 해준다는 안내 문자메시지를 수 회에 걸쳐 발송했다. 신한카드도 문자메시지 수신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1만원 캐시백, 하나카드는 추첨을 통해 재난기본소득 금액 외 추가 사용액의 30%(최대 5000원) 캐시백, 우리카드는 신청자 전원에게 스타벅스커피 쿠폰을 제공해준다며 고객몰이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카드사들이 긴급재난지원금의 원활한 지급 및 사용을 위해 자금 조달 비용과 시스템 증설·관리비, 밴(VAN)수수료, 관련 인건비 등 모든 프로세스 비용을 오롯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원금을 받는 개별 카드 상품별 혜택도 그대로 제공하는 등 이익보다 재난기본소득을 통한 소비 진작 활성화라는 공익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원금 사용처가 대부분 지역 소상공인 등 영세 사업장이기 때문에 최저 0.5%(체크카드 기준)의 낮은 가맹점 수수료와 상당한 절차적 비용을 감안하면, 긴급재난지원금 유치 확대에 따른 수수료 이익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카드사들의 마케팅은 고객 혜택과도 직결되는 만큼 부작용이 없는 수준에서 자율적으로 조심히 다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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