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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전자담배 타르 함량 일반담배 최대 93배"(종합)

강경훈 기자I 2018.06.07 14:43:11

니코틴 함량은 일반 담배와 비슷…금연효과 없어
발암물질 함량은 일반담배 20% 수준
"양 적다고 덜 위험하다는 근거 없어"
유해물질 줄이는 길은 전자담배 아닌 금연뿐

김장열 식품의약품안전처 소비자위해예방국장이 전자담배 유해성분 분석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유해물질인 타르가 일반담배보다 최대 93배 많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판매 중인 궐련형 전자담배인 필립모리스 ‘아이코스 앰버’, BAT ‘글로 브라이트토바코’, 케이티엔지 ‘릴 체인지’ 등 3개 전자담배 배출물에 포함된 니코틴·타르를 비롯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저감을 권고한 9개 성분 등 11개 유해성분을 분석한 결과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중독물질인 니코틴을 비롯해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이 검출됐다고 7일 밝혔다.

이들 제품의 타르 평균 검출량은 아이코스 앰버가 9.3㎎, 릴 체인지가 9.1㎎, 글로 브라이트 토바코가 4.8㎎이었다. 이는 일반 담배 타르 함량(0.1~80㎎)의 최대 93배에 이르는 수치. 담배 속 대표적인 중독물질인 니코틴도 0.1~0.5㎎으로 일반담배 니코틴 함유량(0.01~0.7㎎)과 큰 차이가 없었다.니코틴과 타르를 제외한 발암물질 성분을 분석한 결과 평균 함유량이 벤조피렌은 불검출~0.2ng(나노그램. 10억분의 1g), 니트로소노르니코틴은 0.6~6.5ng, 니트로소메틸아미노피리딜부타논은 0.8~4.5ng, 포름알데히드는 1.5~2.6㎍(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 아세트알데히드는 43.4~119.3㎍, 아크롤레인은 0.7~2.5㎍, 벤젠은 0.03~0.1㎍, 일산화탄소는 불검출~0.2㎎이었다. 1·3-부타디엔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 결과는 일반담배 속 유해물질을 측정하는 국제 공인분석법인 국제표준기구(ISO) 방법으로, 실제 흡연자의 흡연습관을 고려한 HC(Health Canada)법으로 분석하면 ISO법보다 1.4~6.2배 높게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담배 유해물질을 평가할 때 ISO, HC 두 방법으로 분석한 자료를 모두 공개한다. 김장열 식약처 소비자위해예방국장은 “분석방법의 적절성, 타당성, 신뢰성 등에 대해서 다양한 외부 전문가들에게 검증 받았다”며 “특히 타르 함량이 높은 것은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는 다른 유해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암시할 수 있어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위험하다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유해물질 덩어리인 타르는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많이 검출됐지만 포름알데히드 등 나머지 발암물질은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훨씬 적었다.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로운 것으로 오인하기 쉬운 것이다. 이에 대해 임민경 국립암센터 교수는 “개별 함유량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못박았다. 담배 자체가 7000여종의 화학물 복합체로 이뤄진 만큼 이 중 극히 일부가 일반담배에 비해 적다는 결과를 가지고 확대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유해물질은 그 자체가 위험하다는 의미”라며 “담배를 피우는 것 자체가 7000여종의 복합화합물에 노출되는 것으로 이는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담배를 한 개비만 피워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폐암 위험은 9배, 전체 암 발생 위험은 1.6배 높다. 임 교수는 “담배로 인한 유해성을 줄이는 방법은 유해물질이 적게 든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담배를 끊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흡연자들이 금연의 방법으로 전자담배를 선택하는 행동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일반담배나 전자담배 모두 중독 물질인 니코틴이 들어 있어 담배를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자담배는 니코틴과 타르 함량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전자담배는 불에 태우는 게 아니라 고열로 찌는 형태이기 때문에 연기가 아니라 증기가 발생하는데 현행 법에서는 연기 속 성분만 표시하게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장열 국장은 “미국은 담배회사가 신제품을 출시하려고 하면 식품의약국(FDA)에 모든 성분과 함유량에 대한 분석결과를 보고하고 FDA가 이를 검토한 뒤 승인을 한다”며 “우리나라도 담배를 출시할 때 정부에 성분 분석결과를 제출해 승인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분석결과를 담배 제품관리와 금연정책 추진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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