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는 26일 비공개 전체 회의를 열고, 옛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추천했던 유의선·김원배 전 이사 후임으로 김경환 상지대 교수와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선임했다.
이날 오전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신상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 등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KBS·EBS 국감에 참여하지 않은 채 과천 방통위를 방문해 방문진 이사 선임 저지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회의 시작 50여 분만인 오후 12시 25분께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안건이 가결됐다. 5명의 방통위 상임위원 중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김석진 상임위원 외 4명이 찬성했다.
방문진 이사의 여야 구도가 바뀌면서 방문진 이사회에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및 김장겸 MBC 사장 해임이 가능해졌고, 자유한국당 과방위원들은 ‘방송장악’이라고 격하게 반발했다.
방송계 안팎에서는 방문진 이사 구도 변화로 40일 넘게 진행된 MBC 파업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정원 개혁위의 고대영 KBS 사장 200만 원 수수 의혹이 발표되면서, 고 사장 역시 자진사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S·MBC 수장 교체와 함께 공석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이나 임기를 넘긴 한국IPTV방송협회장 등 유료방송 협회장 인선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력에서 독립적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방송법 개정 문제 같은 근본적인 해법은 방통위가 만든 ‘방송미래발전위원회’의 논의가 끝나는 내년 1월이후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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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유의선·김원배 이사를 한국당이 추천했으니, 후임 이사도 한국당 추천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방통위를 항의 방문한 뒤 “방송법이나 규정을 보면 보궐에 의해 뽑히는 후임 임원진은 전임 이사 임원진의 잔여기간을 따른다고 돼 있다”며 “그 당에서 추천한 사람의 승계를 하는 것으로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서도 그 법 취지를 판단한다. (보궐이사 선임을 강행한)이효성 위원장의 해임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문진법 6조 4항에 따르면 ‘이사는 방송에 관한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다’고 돼 있을 뿐, 정당 추천 여부는 따로 규정돼 있지 않다.
관례적으로 9명의 방문진 이사 중 현 여당이 6명을, 현 야당이 3명을 추천해 왔을 뿐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정권이 바뀌지 않았을 때는 (방문진) 결원이 생기면 다시 추천하지만 (정권교체로) 여야가 바뀌면 여당 몫은 바뀐 여당 몫이 되고 야당 추천 인사가 결원되면 바뀐 야당에서 해 왔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누가 추천하든지 간에 방문진 이사 임명권은 방통위에 있고, 이날 방통위의 보궐이사 선임은 방문진법 상 적법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한국당 추천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세력이 공영방송 이사진을 정권 코드에 맞는 인사로 교체하고, 방송을 장악해 온 이른 바 ‘적폐’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어진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충분한 숙의없이 졸속으로 강행됐다”고 비판했다.
◇유료방송 협회장도 ‘들썩’…정치에 독립적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논의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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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석인 케이블TV방송협회 협회 회장 내정자로 강대인 전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이, 한국IPT방송V협회 회장 내정자로 이옥경 전 방문진 이사장이 거론되는 등 유료방송 협회 수장 인선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여야와 관계없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한 시도는 당장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지난해 민주당이 야권이던 시절 발의했던 방송관계법 개정안은 사실상 폐기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현 원내수석부대표) 대표 발의로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진을 여권 추천 7명, 야권 추천 6명으로 확대하고 이 중 3분의 2 동의(특별다수제)로 사장을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관계법 개정안(총 4개 법안)이 제출돼 있지만 의미가 사라진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다룰 방송미래발전위원회가 내년 1월 정책 건의를 하게 돼 있다”면서 당장 제도적인 개선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