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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화한 美긴축사이클…볼커·그린스펀땐 곡소리, 이번엔?

방성훈 기자I 2017.03.16 15:41:50

볼커·그린스펀, 금리인상 후 거센 後폭풍
금융시장 폭락·신흥국 외환위기 등 초래
옐런, 15개월 내 3차례 금리인상에도 신흥국 ‘잠잠’

(왼쪽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폴 볼커 전 의장,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재닛 옐런 현 의장.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0∼0.75%에서 0.75∼1.00%로 25bp(0.25%포인트) 올리며 석 달만에 다시 금리 인상을 재개했다. 또 연내 두 번 더 금리를 인상하겠다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기부양책 강도에 따라 인상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 미국이 본격적인 긴축 사이클에 돌입한 셈이다.

과거 긴축 시기엔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신흥국들이 위기를 맞이했다. 이에 앞으로 어떤 후폭풍이 일어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엔 신흥국 시장에서 부정적 영향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긴축 기조가 오랜 기간 이어지면 신흥국들은 다시 위기에 봉착할 수 있어 잠재적 불안이 상존하고 있다.

◇볼커·그린스펀, 금리인상 후 거센 後폭풍..금융·신흥국 위기 초래

미국이 과거 긴축 사이클에 돌입했을 땐 그야말로 곡(哭)소리’가 났다. 지난 1979년 10월6일 토요일 폴 볼커 당시 연준 의장은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4%포인트나 높은 15.5%로 인상했다.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로 솟구치는 물가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볼커는 다음해엔 금리를 역대 최고수준인 20%까지 올렸다. 시장은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았다. 씨티뱅크가 정부 도움없인 파산할 위기에 처하는가 하면 많은 남미 국가들이 장기간 경기 침체에 빠졌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1994년 2월 사전 예고없이 금리를 올렸을 때는 시장 충격이 훨씬 컸다. 그린스펀이 1년 동안 6차례에 걸쳐 금리를 3%포인트나 인상하면서 1995년 2월 기준금리는 6%에 이르게 된다. 인상속도가 빨랐던데다 폭도 0.25∼0.75% 포인트로 컸다. 전격적인 조치였던 탓에 세계 금융시장은 공포 그 자체였다. `채권시장 대학살`로 알려진 채권가격 폭락사태가 벌어졌고 주식도 동반 하락해 많은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 달러 강세에 따른 자금 엑소더스로 중남미와 동아시아, 러시아 등 신흥국들은 외환위기를 맞이했다. 한국 외환위기 역시 당시 여파에 따른 잔재였다.

IT버블 붕괴 후 성장률 감소에도 물가가 3% 이상으로 치솟자 그린스펀은 2004년 또 한 번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 다만 총 17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올리는 방식으로 속도를 조절했다. 2004년 6월 1.0%였던 기준금리가 2006년 5.25%까지 올랐으나 금융시장에 큰 충격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났다. 2006년부터 거품이 꺼지면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것.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진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인상속도를 늦춘 것이 부동산 버블을 조장하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금리 인상 뒤에 오는 규제 완화 등 조치가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옐런, 15개월 내 3차례 금리인상에도 신흥국 ‘잠잠’…과거완 달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은 10년 가까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병행됐다. 미국 경제는 조금씩 회복됐고 옐런 의장은 2015년 12월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 1년 뒤인 지난해 12월, 그리고 다시 석 달 뒤인 이날 재차 금리를 인상했다. 15개월 동안 세 차례나 인상한 것. 하지만 신흥국 증시와 통화가치는 다소 안정적이며 자금 유입도 견조하다. 불과 4년 전인 2013년 5월 연준이 테이퍼링 시행을 발표했을 때 신흥국 통화가 급락하는 `긴축 발작`이 일어났던 것과는 다르다. 이는 금리 인상이 다소 미지근한 경기 상황으로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었기 때문. 또 인상속도나 폭이 과거와는 달리 완만한 영향도 크다.

연준 전망대로라면 올해 두 번의 인상이 더 있지만 신흥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경제가 회복국면으로 돌아선데다 아시아 신흥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어 자본이탈 우려가 과거처럼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루카 파올리니 픽테트자산관리 수석 전략가는 “연준이 모든 걸 이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경제 모멘텀이 유지되는 한 증시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세계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신흥시장 기술주들의 차익실현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긴축 기조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 신흥국 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가치가 상승, 달러 부채가 많은 신흥국은 원금·이자 상환 부담이 커진다. 이에 맞춰 금리를 올리면 실물경제가 냉각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등 달러 부채가 많은 5개국은 위기가 찾아올 우려가 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의 달러표시 부채비중은 지난해 2분기 현재 33.8%다. 터키는 무려 70.2%에 달했다. 한국 역시 신흥국 경기가 악화되면 수출에 악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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