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e 보급 실패 땐 경제 큰 위험” 원전 일변도 ‘경계’
산업통상자원부와 국책연구기관 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전환포럼은 23일 서울 한국컨퍼런스 대강당에서 새정부 에너지 정책방향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정부가 이달 16일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 정책방향에 대한 전문가 및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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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발전사 SK E&S의 차태병 재생에너지 본부장은 “새정부가 2030년 재생e 발전 비중 목표를 현 30%에서 20~24%까지 낮춘다고 하더라도 7%인 현 비중을 8년 내 대폭 끌어올려야 하는 도전적 목표라는 건 변함 없다”며 “원전을 이유로 재생e를 쉬엄쉬엄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생e 보급의 가장 큰 장애요인인 인허가를 풀어 대규모 태양광·풍력발전 사업을 더 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다른 에너지원 발전소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중앙정부가 최종 허가하는 것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르면 내달 초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전원 구성 조정안을 확정한다. 업계는 정부가 재생e 목표를 기존 30%에서 20~24%로 낮추고 원전을 24%에서 30~34%까지 조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원전 비중 30% 이상 유지를 위해 운영허가(설계수명) 종료 예정인 원전의 계속운전(수명연장) 계획을 사실상 확정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도 마찬가지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재생e 비중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꼴찌인 상황에서 주요 기업의 RE100 참여나 유럽연합과 미국의 탄소국경조정조도 도입 등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만큼 현 정부에서 재생e 보급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에 큰 위험이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왜 굳이 재생e 목표를 희생하며 원전을 늘려야 하는 지 아쉽다”며 “‘탈(脫)원전’이든 ‘탈 탈원전’이든 재생e 비중은 줄이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희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정책팀 선임연구위원도 “2030 NDC를 달성하기 위해선 훨씬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며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원전과 재생e, 수소,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놓고 최적의 구성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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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독립 규제기관 설립해 전력시장 전반 개혁해야”
에너지 전문·독립 규제기관을 설립해 정책 방향의 급변을 막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새 정부도 현 전기위원회의 전문·독립성 강화와 경쟁시장 원칙 아래 전력시장 개편 계획을 담았다. 그러나 명확한 목표 설정 없인 이전 정부처럼 구호에만 그칠 수 있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발전소는 한번 짓는데 2~10년 걸리고 짓고 나면 20~60년을 운영되는 만큼 장기 안목을 갖고 결정해야 하는데 최근 들어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갈 지(之)’자 걸음 중”이라며 “법적으로 보장받는 에너지 전문·독립 규제기관을 설립해 에너지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독립 규제기관을 설립해야 왜곡된 전기요금을 정상화하고 2030 NDC 달성도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심성희 선임연구위원은 “영국이나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 계획의 최우선 원칙은 에너지 수요관리”라며 “우리도 전기위원회의 독립·전문성을 확보해 가격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에너지 규제기관 독립·전문성 강화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 현 정부 국정과제에도 관련 내용을 포함했다. 그러나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인상 부담과 한국전력공사(015760)의 민영화 논란으로 추진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김진 산업부 에너지전환정책과장은 “원전은 독립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있어 (정부가) 마음대로 계속운전을 결정할 수 없듯 (전력)규제기관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면 전기요금 현실화도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특수한 현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커진 현 시점에서 에너지 안보 관련 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현행법에도 에너지 안보 관련 내용이 있지만 일원화한 탄소중립법과 달리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법 체계를 정비해 영국처럼 에너지 안보 위기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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