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여야 지도부가 주류 일색으로 구성되면서 급부상했던 ‘제3지대론’이 유력 대선주자들의 외면속에 그 위력을 잃어가고 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잠룡이던 김부겸 의원이 30일 대권도전 의지를 공식화하면서 “제3지대에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김 의원은 31일에도 CBS라디오에서 “제3지대라는 게 탈당하거나 신당을 창당해야 된다는 그런 말 아닌가”라며 “이 당에서 안 되면 또 나가서 저 당 가고, 또 저 당에서 안 되면 또 다른 데 가서 뭐하고 그런 방식을 제3지대라고 한다면 나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을 제외하면 여야 잠룡들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내 비박(非朴) 진영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탈당 및 제3지대 행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제3지대론의 진원지인 야권에서도 손 전 고문의 ‘새판짜기’ 프레임을 제외하면 큰 공감을 얻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 정치사를 통해 제3지대 후보들이 성공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여야 잠룡들의 결단을 방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대선의 경우 제3지대 후보가 승리한 경우는 단 차례도 없었다. 1992년 대선에서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박찬종 변호사가 통일국민당 ·신정치개혁당을 창당했지만 각각 16.3%, 6.37%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1997년 대선 당시 이인제 전 의원이 국민신당을 창당했지만 결국 여권에 흡수 ·통합됐다. 가까운 예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역시 지난 2012년 대선전에 나섰지만 결국 중도 낙마했다.
김부겸 의원은 “최소한 신당(新黨)을 하려면 국민들이 공감할 대의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대선의 경우 국민들이 제3세력을 지지할 뚜렷한 동력이 없다는 계산이다.
제3지대론의 군불을 때웠던 손 전 고문의 아리송한 태도도 제3지대 회의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손 전 고문과 막걸리 회동을 통해 “안철수 전 대표와의 경선을 통해 정권 교체의 기틀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손 전 고문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더민주 당대표에서 평의원으로 돌아간 김종인 전 대표가 제3지역에서 당선 가능한 대선주자를 찾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고 있어 ‘제3지대론’의 가능성은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돌입하기 전까지 유지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권에서도 정의화 전 의장과 창당을 공식화한 이재오 전 의원이 제3지대를 이야기하고 있다”며 “여야 유력 의원 1~2명이 조응한다면 또다시 불붙을 여지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