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일동제약(000230)이 2대주주 녹십자와의 경영권 분쟁 움직임에 상한가로 직행했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주가가 단기 급등을 이뤘던 점을 볼 때 향후 일동제약의 주가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전날 대비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며 1만955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9월 기록한 52주 신고가(1만9700원)에 거의 근접했다.
이날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일동제약에 이사진 선임 요구안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일동제약 이사진 세명 중 감사와 사외이사를 녹십자 추천으로 선임해 달라는 것이다.
녹십자는 현재 일동제약 주식 29.36%를 보유한 2대주주다. 최대주주와의 격차는 3.16%포인트에 불과하다.
녹십자는 지난 2012년부터 일동제약의 주식을 매입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왔다. 자사가 보유하지 못한 의약품(아로나민골드 등)에서 일동제약이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녹십자홀딩스(005250)와 녹십자(006280)도 일동제약의 경영권 확보에 대한 기대감에 각각 3%, 2%대 강세 마감했다.
일동제약의 주가는 특히 지난해 초 녹십자의 지분 추가 매입이 이뤄지면서 크게 요동쳤다. 녹십자가 지분 추가 매입을 발표한 작년 1월16일 이후 일동제약의 주가는 1만1900원에서 1만9550원으로 64.3% 올랐다. 작년 1월17일, 18일 이틀간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바 있다.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안건이 부결된 1월24일에도 상한가를 기록한 뒤 이후 급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즉 양사의 다툼이 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일동제약 시가총액(4901억원)의 세 배(1조7062억원)를 훌쩍 넘는 녹십자가 경영권을 확보하면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일동제약보다 더 우량 제약사인 녹십자가 회사 경영에 나설 경우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지난해에도 급등 후 급락을 겪었는데 어떤 행보를 보일지 예측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양측의 경영권 분쟁에 일동제약 지분 10%를 보유한 3대주주 피델리티펀드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피델리티펀드는 작년 주주총회에서 녹십자 측과 손잡고 일동제약 측의 지주사 전환을 무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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