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지난해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통화가 될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시장의 관심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몰락론에 휩싸이며 아직 금을 대체하긴 역부족임을 드러내고 있다. 그만큼 대체통화로서 금의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비트코인은 컴퓨터 메모리 단위인 바이트(Bite)와 동전을 의미하는 코인(coin)의 합성어로, 2009년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사토시 나카모토란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온라인 가상화폐다. 우리나라 돈을 한국은행에서 발행하는 것처럼 일반 화폐는 발행처가 있지만 비트코인은 정부나 중앙은행과 같은 발행기관이 없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비트코인은 금과 유사한 점이 꽤 많다. 우선 희소성이다. 금의 매장량이 일정하듯 비트코인의 통화량도 한정돼 있다. 비트코인은 2145년까지 2100만개가 발행되며 그 이후 통화 공급이 중단되도록 설계됐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약 1200만비트코인(BTC)이 발행됐다.
발행처가 없는 대신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제시하는 복잡한 수학문제를 해결하면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는 점은 노동력을 이용해 금을 채굴하는 것과 흡사하다. 금 거래소에서 매매를 통해 금을 구입하듯 비트코인도 온라인 거래소를 통해 살 수도 있다.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기존 화폐 대체 수단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2012년 하반기 들어서다. 비트코인을 실제 화폐처럼 쓸 수 있게 하는 온라인 환전소가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프로그래머들의 놀이로만 치부됐던 비트코인의 가치가 재조명됐다.
금값 하락도 비트코인이 대체통화로서 부각되는데 한몫했다. 비트코인이 전 세계 어디서나 거래될 수 있고, 공급량이 제한된데다 금융시장 폭락 시 안전자산이 될 수 있는 금의 장점을 고스란히 지녔다는 점에서 금 가격 하락기 대안으로 매력적이라는 평가가 잇달았다. 이에 작년 11월 비트코인 가격은 1비트코인당 1120달러를 경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금 대체통화로 자리 잡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필요한 듯 보인다. 금과 비교해 표준화된 가치가 없어 안정성이 낮고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난달 25일 비트코인 전체 거래의 70~80%를 차지하는 일본의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 곡스(Mt.Gox)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뒤 지난 2일 비트코인 가격은 560달러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고점 대비 50% 하락한 수치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최근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통화가 아니다”라며 “투기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10년 혹은 20년 뒤 사라진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