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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다시 쓰는 K스토리’를 주제로 열린 K포럼은 K콘텐츠와 K브랜드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함께 모색하자는 취지로 마련했다. 문화·예술·연예·산업 각 분야의 K브랜드와 K콘텐츠의 활약상을 고찰해 시의적절한 주제를 제시하고, 각계 각층 리더들과 이론적·실전적 통찰을 공유하기 위해 연예·스포츠신문 일간스포츠와 경제종합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주최한 행사다.
이 자리에서 연상호 감독은 기조연설 세션인 ‘STORY WHY: 대한민국 서사에 담긴 K혼’에 참여했다. 특히 올해는 K웨이브(한류) 열풍의 시발점이 된 일본과 수교 60주년을 맞는 해다. 연상호 감독은 창작자로서 본인의 경험 등을 털어놓으며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고 K의 지속성 유지를 위한 미래 방향을 제언했다.
연 감독은 “저는 앞으로 콘텐츠 시장의 미래에 ‘독립영화의 시대’가 올 거라 생각한다. 글로벌 1위 작품, 천만 영화가 일년에 세 네 편 나오는게 우리 문화 산업에 지속성에 필요한게 아니라 대중이 더 다양한 취향을 갖게 하는데서 지속력을 가진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문화의 침투성은 결국 다양성과 연결된다. 현재의 K콘텐츠 산업은 사실 한국의 성과주의적 관점 때문에 다양성에 관한 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연 감독은 K콘텐츠의 부흥을 이끈 창작자이자 현 시점 K콘텐츠의 중심에 선 인물로 꼽힌다. 1997년 애니메이션 ‘D의 과대망상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막 치료를 끝낸 환자가 보는 창밖풍경’으로 창작 세계에 발을 들인 그는 첫 실사 영화인 좀비물 ‘부산행’(2016)으로 천만 영화 신화를 쓰며 한국 장르 영화의 부흥을 새롭게 열었다. 이후 넷플릭스 ‘지옥’, ‘기생수: 더 그레이’, ‘정이’, ‘계시록’ 등 활동 반경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 및 시리즈로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K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연 감독은 “최근 K스토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해답을 일본의 촬영 현장 스태프들로부터 찾았다. 그건 바로 더 다양한 ‘한국적인 스토리텔링을 더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연상호 감독은 최근 일본 도호 스튜디오 측 제안으로 넷플릭스 일본 시리즈 ‘가스인간’의 감독 겸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연 감독은 “스스로는 K스토리를 위한 해답의 열쇠를 일본 진출을 통해 발견했다”며 “‘가스인간’을 참여하며 일본 촬영 현장에 갖고 있던 인식이 깨졌다. 예전엔 일본 영화가 고인물들의 잔치라 생각했는데 젊은 스태프들이 많아져 세대교체가 이뤄졌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특히 일본 도호 스튜디오 시스템 견학을 하며 충격을 받았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도호 스튜디오에서 놀란 게 스튜디오가 우리나라의 압구정 같은 도쿄 노른자위 땅 한복판에 있더라”며 “그리고 스튜디오 안에 모든 시설들이 다 갖춰져 있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한국의 스튜디오 환경은 여기저기에 다 흩어져있다. 연관돼 있는 숙박업소 등 부대시설이 굉장히 여기저기 흩어진 느낌이 있다. 또 하나 일본에 되게 놀란 것 중 하나는 도호의 소품실이었다”라며 “소품실 안에 최초로 촬영됐던 ‘고질라’의 탈이 있더라. 100년도 넘은 영화에 등장한 탈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더라. 그걸 보며 정말 부럽단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문화의 유산보단 성과에 집착하는 한국 영화 산업 시스템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연 감독은 “한국 영화 산업은 사실 굉장한 성과주의, 글로벌주의에 편중돼있는 반면, 아카이빙엔 무심한 편”이라며 “천만 영화, 글로벌 1위 작품에 신경쓰지만 그 작품의 유산, 소품 등은 전혀 보관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산업이 잘 되고 있을 땐 결과에만 신경써도 괜찮은데 산업이 힘들 때 그런 유산들이 다시 산업을 일으키고, 불타오르게 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독립영화 등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장르의 취향이 존중이 된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라며 “그럼에도 아직 한국 극장의 경향성은 ‘돈 되는 것만 하자’는 쪽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영화 산업이 자본을 추구하는 거대한 도박 산업처럼 변하니 특정 장르의 쏠림 현상도 나타난다고도 지적했다.
연 감독은 “과거까지 한국은 다양성의 역할, 결과에 주목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최근 들어 기존 한국영화 시장의 시스템 등이 변화하고 있기에 그 작용의 결과로 우리 역시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다”며 “바로 그 다양성이 K콘텐츠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