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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은 26일 특정강력범죄 피의자에 대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신림동 사건의 피의자 조선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조선은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 행인들을 상대로 흉기난동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20대 남성 1명이 사망하고 30대 남성 3명이 크게 다쳤다. 현재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심의위는 “피의자가 다중이 오가는 공개된 장소에서 흉기를 이용하여 다수의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고 한 사실 등에 비추어 범행의 잔인성 및 피해의 중대성이 인정된다”며 “피의자의 자백, 현장 CCTV, 목격자 진술 등 범행 증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 발생으로 인한 국민 불안,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효과 등을 고려할 때 공개 시 공공의 이익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신상공개가 결정되면 통상 ‘머그샷’(구금 과정에서 촬영한 범죄자 얼굴 사진) 또는 증명사진을 공개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증명사진과 CCTV 영상 사진을 나란히 공개하고, 두 사진의 얼굴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증명사진이 실물과 다르다는 논란을 사전에 불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상공개 후 경찰은 조선의 계획범죄 정황 등을 밝혀내는 데에 집중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경찰 조사에 따르면 조선은 범행 전날 자신의 아이폰XS 휴대폰을 초기화하고, 평소 자신이 사용하던 컴퓨터 역시 망치로 부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경찰은 휴대폰 통화 기록 및 인터넷 검색 기록 등을 확인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이 사용하던 컴퓨터는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조선의 행보는 증거 인멸 등 목적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미리 계획했고 발각될까 두려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선은 이날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받았다. 경찰은 당초 전날 오후 검사할 예정이었으나 조씨가 거부해 연기됐다. 조선은 검사 직전 자술서를 쓰겠다며 시간을 끌다가 “오늘은 감정이 복잡하다”며 한 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다. 자술서 역시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코패스 진단검사는 냉담함, 충동성, 공감 부족, 무책임 등 사이코패스의 성격적 특성을 지수화하는 검사다. 모두 20문항으로 이뤄졌으며 40점이 ‘만점’이다. 국내에서는 통상 25점을 넘기면 사이코패스로 분류한다. 결과가 나오는 데는 열흘 정도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