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의 이번 조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알려진 바 없지만, 4인방을 동시에 불러 들인 만큼 이들 간 대질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을 두고 유 전 본부장과 김씨는 이를 부인하는 입장을 내며 서로 간의 진술이 엇갈려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대질 조사 결과 어느 쪽 진술에 신빙성이 높을지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동시 소환조사 결과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그 성과에 따라 그간 검찰이 지적 받아온 부실수사 논란을 끊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검찰은 김씨에 대해 뇌물공여 및 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으로부터 기각 당했다. 법원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에,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사실상 구속을 할 만큼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남씨의 경우 지난 18일 새벽 귀국과 동시에 검찰에 체포돼 이틀간 조사를 받았지만, 이례적으로 구속영장 청구 없이 이날 자정께 석방됐다. 검찰은 이와 관련 “추가 조사가 필요하고 주장과 관련하여 사실확인이 필요했다”며 사실상 관련 수사가 미진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들 4인방에 대한 각각의 진술을 듣고 이를 비교·분석한 결과 김씨와 남 변호사의 혐의 입증을 위한 결정적 진술을 확보한다면, 이들에 대한 신병확보 또한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당초 남 변호사를 풀어줄 당시 ‘사실 확인’의 필요성을 언급했던만큼 이번 추가 조사에서 이에 대한 확인이 이뤄진다면, 곧장 구속영장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남 변호사에 대한 신병확보가 성공한다면, 이는 곧 공범인 김씨와 정 회계사 등에 대한 구속도 가능하다는 얘기며 더 나아가 대장동 4인방을 넘어 ‘윗선’으로의 수사까지 길이 열린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오는 22일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유 전 본부장의 경우 기소시 추가 혐의 적용 또한 가능해진다.
다만 이날 조사 이후에도 검찰 수사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이번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 사건은 완전 동력을 잃을 것이란 우려 또한 강하다. 지청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 수사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은 불가피하며, 이 경우 결국 ‘편향 수사’ 논란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그때는 검찰이 수사를 이어나가는 것을 여론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설령 이날 대질조사를 진행하더라도, 핵심 물증이 없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변호사는 “대질조사 외 가능한 수사를 검찰이 모두 마쳤는지 의문”이라며 “확보한 물증을 토대로 진술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핵심 물증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진술 조사는 당사자의 변명을 일방적으로 듣는 셈이므로 수사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를 진술에 의존하겠다는 건지, 또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면 어떻게 할지 등 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수사 ABC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숱한 지적을 받아왔다. 전담수사팀이 꾸려진 것은 지난 달 29일이지만 이번 의혹의 중심지인 성남시청 압수수색은 16일 만인 이달 15일에 이뤄졌고, 그 사이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법원으로부터 기각됐기 때문이다.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 확보 실패, ‘특수통’ 김익수 부부장검사의 수사 겸임 논란, 이재명 경기지사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의 수원지검 재배당 논란 등 검찰의 수사 의지를 둘러싼 논란 또한 이어졌다.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은 늑장 논란에 더해 시장실을 그 대상에서 배제시키며 의혹을 더했다. 검찰은 이날 성남시청에 대해 네 번째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역시 시장실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에 국민의힘을 비롯해 대한변호사협회,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까지 일제히 검찰 수사에 불신을 보이며 ‘특별검사’ 도입 결단을 현 정부와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