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선 이 부회장의 이같은 움직임이 국내외 악재를 정면돌파함으로써 삼성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대내적으로 파기환송심 재판과 삼성바이로직스 수사 등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고, 대외적으론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도 미래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다. 이 부회장이 이날 시안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언급한 것은 절박한 현실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국내 사업장을 잇따라 찾아 현장 경영을 벌였다. 지난 2월20일 삼성전자(005930) 화성사업장 극자외선(EUV) 라인을 방문한 데 이어 3월3일에는 구미사업장을 찾았다. 같은 달 19일 충남 아산사업장과 25일 수원 삼성종합기술원도 방문했다.
특히 이 부회장의 경영 보폭은 지난 6일 대국민 사과 이후 더욱 커졌다. 지난 13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삼성SDI(006400) 천안사업장에서 만나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전지에 대한 의견을 나눈 데 이어 이번에는 중국 출장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올해 1월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공장 방문 이후 100여일 만이다.
이 부회장은 한·중 정부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한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입국 후 14일 의무격리를 면제하는 ‘패스트 트랙(입국절차 간소화)’을 활용했다. 다만 패스트 트랙을 활용해도 출국시와 중국 입국 때, 다시 한국에 입국할 때 각각 검사를 받아야 한다. 총 3번에 달하는 검사의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라고 삼성전자는 전했다. 이 부회장은 향후 베트남 등 다른 국가들의 패스트 트랙 도입 여부에 따라 추가적인 해외 방문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직면한 사법 리스크가 ‘뉴 삼성’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수사 등이 진행 중이고, 결과에 따라선 이 부회장의 보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부회장이 이날 “과거에 발목 잡히면 미래가 없다” “시간이 없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재계에선 사법 리스크에 따른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이 부회장이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는 데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오늘 발언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