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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베리타' 핀지 파스카 "서커스도 삶을 반영하는 예술"

장병호 기자I 2017.04.25 14:59:15

'라 베리타'로 내한한 스위스 출신 연출가
살바도르 달리의 '광란의 트리스탄' 모티브
초현실주의 화가의 삶 서커스로 풀어내
올림픽 연출 경험…"정확한 계획 중요" 조언

아트서커스 ‘라 베리타’의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가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LG아트센터).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어릴 때부터 높은 곳에 올라가 날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하늘로 뛰어올랐다 바닥에 내려앉을 때의 색다른 경험이 서커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나에게 서커스는 삶의 모든 순간을 발견하게 해주는 예술이다.”

세계적인 서커스 단체 ‘태양의 서커스’와 ‘서크 엘루아즈’에서 연출을 맡았던 스위스 출신 안무가 겸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가 신작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라 베리타’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의 삶을 서커스로 꾸민 작품이다.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핀지 파스카는 “‘라 베리타’는 달리의 그림 ‘광란의 트리스탄’을 바그너의 오페라와 함께 담은 작품”이라며 “아크로바틱한 동작으로 달리의 삶과 초현실적 작품을 철학적으로 풀어냈다”고 소개했다.

‘광란의 트리스탄’은 1944년 달리가 당대 최고의 안무가 레오니드 마신의 부탁으로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동명의 발레의 배경 막으로 이용된 뒤 분실돼 65년간 다시 만날 수 없는 달리의 ‘숨겨진 걸작’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09년 극장 창고 안에서 다시 발견되면서 핀지 파스카의 작품 일부로 쓰이게 됐다. 이번 한국 공연에선 달리의 원본을 그대로 옮긴 카피본이 무대에 오른다.

아트서커스 ‘라 베리타’에 등장하는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 ‘광란의 트리스탄’(사진=LG아트센터).


초현실주의 그림과 서커스의 만남이 흥미롭다. 핀지 파스카는 “초현실주의 그림은 사랑, 공포 등 인간의 여러 감정에 대한 환상을 갖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러한 환상을 서커스로 투명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핀지 파스카는 “예술은 관객에게 삶에 대해 질문을 하는 것”이라며 “서커스도 저글링, 밧줄타기 등을 통해 삶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주제지만 관객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는 것이 핀지 파스카의 설명이다. 작품은 공중제비·그네·밧줄타기·폴 댄스·저글링·훌라후프 등 서커스의 익숙한 퍼포먼스를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2013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한 ‘라 베리타’는 지금까지 세계 20개국에서 400회 이상 공연하며 3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제목인 ‘라 베리타’는 우리말로 ‘진실’이라는 뜻이다. 핀지 파스카는 “배우가 무대에서 진짜 죽는다고 하더라도 관객은 이를 ‘진실’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처럼 무대 위에서는 진실이 현실에서와는 다른 이상함을 동반한다”며 “달리의 그림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실을 구현했다. 이러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이 작품의 테마”라고 밝혔다.

핀지 파스카는 2006년 캐나다 토리노 동계올림픽 폐막식과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패럴림픽 개막식을 연출하기도 했다. 토리노에서는 ‘서커스의 대축제’라는 주제로 카니발 형식의 공연을, 소치에서는 러시아의 정신·문화·전통을 스펙터클하게 표현한 공연을 선보였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앞둔 한국에게 “정확한 예산을 바탕으로 무엇을 보여줄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한정된 시간에 맞춰 잘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트서커스 ‘라 베리타’의 한 장면(사진=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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