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HBM4, 6개월 당겨 달라"…최태원 "최대한 해보겠다"

조민정 기자I 2024.11.04 16:58:49

최태원, 'SK AI 서밋'서 AI칩 삼각동맹 강조
"엔비디아 독보적"…GPU 개발 맞춰 HBM 준비
젠슨 황·웨이저자, 깜짝 등장해 SK 지원사격
HBM3E 16단 첫 공식화…"내년 초 샘플 공급"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엔비디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 공급 계획 약속이 끝나 있었는데,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일정을 6개월 당겨달라고 요청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로 뭉친 ‘SK하이닉스-엔비디아-TSMC’가 더 견고해진 삼각동맹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황 CEO와 웨이저자 TSMC CEO가 ‘SK AI 서밋 2024’에 깜짝 등장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3E 16단 제품 공급을 가시화하는 동시에, 6세대 HBM4 제품의 개발까지 앞당길 것임을 시사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셈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SUMMIT) 2024’에서 ‘함께하는 AI, 내일의 AI(AI together, AI tomorrow)’를 주제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SK)
◇ “엔비디아 여전히 독보적…HBM4 일정 맞춘다”

최 회장은 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SK AI 서밋 2024에서 ‘협력으로 만들어가는 AI 생태계’를 주제로 첫 기조연설에 나섰다. 최 회장은 평소와 달리 파란 체크 남방을 입고 검정 뿔테 안경을 쓴 채 편안한 차림으로 무대에 섰다. SK AI 서밋은 SK그룹 차원에서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올해는 국내 최대 규모의 AI 심포지엄으로 처음 마련했다.

최 회장은 황 CEO, 모리스 창 TSMC 창업자와 일화를 언급하며 삼각 동맹의 자신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최근 황 CEO와 회동했을 당시 “황 CEO가 6세대 HBM4 일정을 6개월 당겨달라고 요청해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쳐다봤는데 ‘한 번 해보겠다’고 대답하더라”며 HBM4 공급을 6개월 앞당기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매년 새로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출시하는 엔비디아를 두고 “아직까지 압도적이고 독보적”이라고 했다.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체 AI 가속기 개발에 돌입했지만, 엔비디아가 워낙 독보적으로 치고 나가다 보니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엔비디아 GPU에 들어가는 HBM을 독점 공급하는 SK하이닉스(000660) 입장에서는 더 많은, 더 나은 HBM을 맞춰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개발을 적시에 맞추고 양산 수율을 맞추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동영상을 통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 ‘동업자’ 젠슨 황·웨이저자 “SK HBM 덕분”

SK하이닉스는 TSMC의 공정을 활용해 HBM을 생산하고 이를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방식의 삼각동맹을 이루고 있다. 이들의 협력 관계를 증명하듯 이날 두 회사 CEO들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SK하이닉스에 힘을 불어넣었다. 황 CEO는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함께 한 HBM 메모리 덕분에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진보를 지속할 수 있었다”며 “우리가 설계하는 아키텍처와 잘 맞물려 돌아가게 해주고, 우리는 많은 측면에서 공동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보기 힘든 웨이 CEO 역시 SK하이닉스가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며 ‘협업’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TSMC는 SK하이닉스와 HBM으로 협력 관계를 맺기 전부터 최 회장과 접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이 SK하이닉스를 인수하기로 했을 당시 창 창업자는 “동업자가 된 걸 환영한다”며 향후 반도체의 긍정적인 전망을 전했다고 한다.

그렉 브로크만(Greg Brockman) 오픈AI 회장 겸 사장은 ‘AI의 미래’를 주제로 직접 무대에 현장 대담에 참석했다. 그는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AI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것이 오픈 AI의 최종 목표”라며 “세상을 바꿀 문제를 푸는데 AI가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전 녹화된 영상 메시지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겸 CEO는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과 전 세계에 강력한 AI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차세대 AI 메모리의 새로운 여정, 하드웨어를 넘어 일상으로’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사진=SK하이닉스)
◇ ‘16단’ 공급도 가시화…HBM4까지 연결

SK하이닉스의 HBM 제품은 5세대 HBM3E 12단까지 개발을 끝낸 상태다. 8단은 지난 3월 엔비디아에 업계 최초로 납품했고, 12단의 경우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해 올해 4분기 중 출하를 계획하고 있다. 다음 단계인 HBM3E 16단은 내년 초 샘플을 공급할 예정이다. 16단의 경우 6세대 HBM4에서도 구현되는 단수인 만큼 HBM3E에서 선두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곽노정 사장은 ‘차세대 AI 메모리의 새로운 여정, 하드웨어를 넘어 일상으로’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하며 48GB HBM3E 16단 제품 개발을 세계 최초로 공식화했다. SK하이닉스의 내부 분석 결과 HBM3E 16단 제품을 사용할 경우 12단 대비 학습 분야에서 18%, 추론 분야에서는 32% 각각 성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곽 사장은 “16단 HBM3E를 생산하기 위해 12단 제품에서 양산 경쟁력이 입증된 어드밴스드 MR-MUF(매스 리플로우 몰디드 언더 필)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라며 “백업 공정으로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SK하이닉스는 HBM4부터 베이스 다이(GPU와 연결돼 HBM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하는 다이)에 로직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사인 TSMC와 원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HBM4 12단 제품을 내년 출하하고, 오는 2026년 수요 발생 시점에 맞춰 HBM4 16단 제품 출시까지 준비한다는 목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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