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서울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801원으로 하루 새 4.4원 상승했다.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도 이날 기준 ℓ당 1724.7원까지 올랐다. 지난 1일 1648.2원인 점을 고려하면 보름 만에 70원 넘게 뛴 셈이다.
이처럼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급등한 배경엔 국제유가 오름세가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2% 오른 배럴당 82.28달러(9만7584원)에 거래를 마치며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다시 썼다. 지난 한 주 동안의 상승률만 따져도 3.7%에 이른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배럴당 각각 84.86달러(10만796원), 82.99달러(9만8575원)까지 급등했다.
원유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세계 각국이 백신 접종과 함께 위드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 회복)에 돌입하는 등 석유제품 수요 증가 예상되는 가운데 원유 공급 부족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기존 생산 계획을 유지키로 한 점이 원인이다.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그린플레이션도 원유 가격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등 친환경 정책 도입이 잇따르면서 이에 따른 규제로 공급이 줄어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올라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것이다. 특히 풍력이나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생산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원자재 수요 증가하면서 오히려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원유 가격 상승세는 정유사 실적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유사는 보유하는 원유의 현재 가치를 실적에 반영하는데 정유사가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한 뒤 판매하는 동안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그만큼 기존에 사놓은 원유 가치가 상승하는 재고자산 평가이익을 보게 되면서 실적 개선 효과를 누린다.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점도 정유업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6.9달러(8179원)를 기록했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마이너스와 배럴당 1달러대를 밑돌던 정제마진은 지난 7월 말 3달러대로 올라선 이후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수송·운영비용 등을 뺀 값으로 정유업체의 수익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다. 업계에서는 보통 배럴당 4~5달러 수준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는 점에서 정제마진이 점차 상승한다면 정유사들이 거둘 수익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겨울철 난방 수요 급증하면 내년까지 호실적 기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非)정유 부문 실적으로 버텨왔던 국내 정유업계가 국제유가·정제마진 상승 영향에 본업인 정유 부문 사업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에쓰오일(S-OIL)의 올해 4분기 정유 부문 영업이익을 2390억원으로 3분기와 비교해 155.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정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3분기 17.3%에서 39.9%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봤다.
대신증권도 SK이노베이션(096770)의 4분기 정유 부문 영업이익을 2210억원으로 전망하면서 3분기와 견줘 102.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석유화학 사업 영업이익(880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고 3분기에만 해도 두 배 넘게 차이가 나던 윤활유 사업 영업이익(233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세계 각국의 위드코로나 정책 시행 등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되면서 정유 부문의 실질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북반구의 겨울철 난방 수요가 급증하게 되면 내년까지 호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