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감리위 한창인데..최종구, `IFRS 원칙 존중` 발언 속내는

이명철 기자I 2018.05.18 20:15:25

“원칙 중심인 IFRS 특성 고려, 일방 위법성 판단 지양할 것”
기업 자율적 판단 존중 시사…삼성바이오 입장에 힘 실리나
회계업계, 대심제 활용·민간전문가 의견 반영 방침에 기대감

강연하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8일 서울 서대문구 공인회계사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2018.5.18
hama@yna.co.kr/2018-05-18 10:11:53/<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원칙 중심인 국제회계기준(IFRS)의 특성을 고려해 일방적 위법성 판단을 지양하겠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회계처리 위반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 감리위원회가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8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열린 회계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같이 발언하면서 발언의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 위원장은 이날 증선위 심의 후 제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기업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일단 회계업계에선 국제회계기준의 원칙주의에 따라 기업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힌 최 위원장의 발언이 삼성바이오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회계처리 위반을 놓고 금감원과 삼성바이오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나온 발언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 “IFRS `원칙` 존중”…삼성바이오 염두에 둔 발언?

최종구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IFRS가 도입된 지 8년이 됐는데 아직 기업들은 IFRS가 강조하는 원칙 중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회계 기준 적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감리 결과 조치는 원칙 중심인 IFRS 특성을 적극 고려해 구체적 회계 처리가 불분명할 때 일방적 위법성 판단을 지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큰 회계 처리는 대심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혀 일방적으로 제재만 가하기보다 회계 기준에 입각한 기업의 판단도 존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11년 도입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은 회계처리 사항을 규정했던 이전의 한국회계기준(K-GAAP)과 달리 일정한 ‘원칙’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을 존중하는 제도다. 산업이 다양해지고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모든 회계 기준을 일일이 규정으로 정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일정한 원칙을 정해놓고 그 원칙안에서 회계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회계업계는 이날 최 위원장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논란이 한창인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는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의 권유 하에 이뤄졌고, 회계처리 변경에 영향을 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기업 가치 평가 역시 안진회계법인이 실시하는 등 회계법인의 책임론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회계업계에선 최 위원장의 발언에 기초하면 삼성바이오 또한 회계 처리가 IFRS 원칙에 충실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즉, 이는 삼성바이오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란 해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근거로 들고 있는 회계 기준 원칙.(이미지=삼성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대심제·민간전문가 활용…금감원 판단 여지 줄어드나

삼성바이오는 에피스를 관계사로 분류한 이유에 대해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이 행사비용보다 그로 인해 얻는 효익이 더 크다는 판단하에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지배력을 상실한 것으로 회계처리를 했다고 주장했다. K-IFRS 기업회계기준서 제1110호(연결재무제표) BC23항목에 따르면 콜옵션 가치가 내가격 상태(콜옵션 행사 비용보다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큰 상황)일 경우 콜옵션은 실질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돼 있는데 이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바이오젠의 콜옵션이 실질 권리를 갖는다는 것은 결국,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회계처리엔 문제가 없단 주장이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바이오젠은 에피스를 50%-1주를 보유하게 되고, 삼바는 50%+1주를 보유하게 되지만 이사회가 동수로 바뀌어 삼바 입장에선 마음대로 에피스의 경영 의사를 결정할 수 없게 되기 때문. 삼성의 주장대로라면 지배력을 상실한다고 보고 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단 분석이다. 한 회계학계 관계자는 “회계 처리는 명확하다”며 “지배력이 있으면 종속회사로 보고 없다면 관계사로 보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삼바가 에피스의 지배력을 잃는다고 판단한 첫 단추인 콜옵션의 가치 평가가 정당한지 여부는 별도로 판단돼야 할 부분이다.

또 대심제 적용과 민간 전문가 의견을 적극 청취하겠다는 최 위원장의 방침도 삼성바이오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는 분석이다. 회계 처리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금감원의 독자 판단 여지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감리위 자체로만 논의가 진행될 경우 금감원 의중이 반영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특히 최 위원장은 대심제 적용 사례를 소개하며 감리위 결정이 증선위에 가서도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2월 증선위에선 한 기업이 지정감사인의 요구에 따라 정정공시를 한 후 감리를 받고 제재 조치안을 논의했으나 외려 정정공시 전 회계처리가 문제가 없던 것으로 결론났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회계사는 “현재 삼성바이오 사태는 회계법인 한 두 곳이 아닌 회계업계 전체의 문제로 외국투자자들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감원이 일방적으로 제재를 내리는 결론이 아니라 (삼성바이오 회계 처리가 인정받으면서) ‘한국도 회계 투명성이 많이 개선됐다’라고 느끼는 방향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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