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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한전기술 사장 “원전 기술 독립 필요…해양용 SMR ‘반디’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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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리 기자I 2026.04.28 11:00:04

원전 설계 독립 선언…해양 SMR로 경쟁력 업그레이드
한화오션 등 협력 기대…베트남 등 해외수요 발굴도
“완전한 기술 독립과 노형 수출 경쟁력 확보할 것”

[김천=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한국전력기술이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설계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해양용 소형모듈원전(SMR) ‘반디(BANDI)’를 미래 성장 축으로 전면에 내세우며 사업 구조 전환에 나섰다.

김태균 한국전력기술 사장(가운데)이 27일 김천 본사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전기술)
김태균 한국전력기술 사장은 지난 27일 김천 본사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SMR 독자 개발로 완전한 기술 독립과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전기술이 그리는 미래 원전 사업의 축은 ‘기술 독립’과 ‘노형 수출’이다. 웨스팅하우스 같은 글로벌 원전 플레이어처럼 설계 기술과 노형 라이선스를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는 ‘원자력 팹리스’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한전기술은 원전 설계 전 과정을 독자 수행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과거 기술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 지식재산권(IP) 제약으로 해외 수출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김 사장은 “웨스팅하우스 인력 없이도 원전 설계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수출과 라이선스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독자 노형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원전을 새롭게 설계해 독자 노형을 개발하기에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큰 만큼, 한전기술은 대안으로 SMR 개발을 선택했다. 김 사장은 “이제는 특정 기술에 종속된 구조에서 벗어나 우리 노형을 앞세워 직접 시장에 나서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략의 중심에 있는 것이 60메가와트(MW)급 해양용 초소형 SMR ‘반디’다. 반디는 정부가 추진 중인 혁신형 SMR과는 별도로 개발되는 독자 플랫폼으로, 기존 설비보다 대폭 축소된 것이 특징이다. 혁신형 SMR이 높이 약 30m 규모의 육상용 설비인 반면, 반디는 높이와 폭이 각각 약 6m 수준으로 설계됐다.

반디는 해양 적용을 전제로 설계됐다. 동일 모듈을 선박 추진과 전력 공급에 활용할 수 있으며, 파도와 진동 등 해양 환경을 고려한 별도의 안전 설계가 적용된다. 또한 기존 모듈형 방식이 아닌 블록형 구조를 채택해 필요에 따라 용량과 기능을 유연하게 조합할 수 있도록 했다. 설계 수명은 60년이다. 특히 6m급 단일 사이즈 설계는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쇄빙선 등 장기간 연료 보급이 어려운 선박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한전기술은 해양 부유식 발전용 기본 설계를 마쳤으며, 선박 추진용 설계 단계로 진입했다. 표준 설계와 인허가 절차를 고려할 때 상용화 시점은 2030년대 중반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해양 SMR 상용화에 성공한 나라는 러시아 뿐이다. 김 사장은 “기술 확보가 전제된다면 10년 이내 상용화도 가능하다”며 “기술을 먼저 확보한 뒤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남금희 한국전력기술 사업개발팀장이 27일 한전기술 홍보관에서소형모듈원전(SMR) ‘반디(BANDI)’의 설계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전기술)
한전기술은 이미 국내 조선사들과 협력도 추진 중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배출 규제 강화에 따라 원자력 추진 선박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과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김 사장은 “해양 SMR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목표로 한화오션에 협력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해외 수요 발굴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베트남 순방 경제사절단에 참여해 베트남과 SMR 공동 개발 및 실증 협력 논의를 진행했으며, 현지 통신사 비텔(Viettel)과는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용 SMR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은 전력 수요 증가와 송전망 한계로 분산형 전원에 대한 수요가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전략 추진 과정에서 인력 문제는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과거 탈원전 기간 동안 신규 채용이 줄어들면서 설계 인력 공백이 발생했고, 최근 원전 산업 회복으로 사업 기회가 늘어나면서 인력 부족이 심화됐다. 김 사장은 “현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설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인력 확보와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한전기술은 채용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경력직 채용은 기존 대비 2배 이상 늘렸으며, 올해는 최대 3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설계 자동화도 추진 중이다. 자체 개발한 설계 특화 AI 플랫폼 ‘NEXA’는 보고서 번역, 설계 변경 시 자동 문서 생성 등 기능을 이미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회사는 향후 3년 내 생성형 설계 시스템을 구축해 입력된 조건에 따라 수백 가지 설계안을 자동으로 도출하는 수준까지 고도화한다는 목표다.

김 사장은 “발전소 하나를 설계하면 15만 장에 달하는 도면이 생성된다”며 “AI를 통해 반복 업무를 줄이고 설계 효율성과 정확성을 동시에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원전과 SMR을 중심으로 한 기술 자립을 기반으로, 향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탄소중립 실현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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