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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이는 많은 개도국이 부채 감면을 모색하고 있다”며 “중국이 부채 부담을 재조정하는 것에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력도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2년까지 최빈국 74개국이 상환해야 할 채무 규모는 350억달러(약 45조 4195억원)에 달하는데 이 중 40% 이상이 중국에 갚아야 하는 부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현재 약 60%의 저소득 국가가 채무 상환 위기에 처해 있거나 어려움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예됐던 부채 상환이 재개된데다 선진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이자비용도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주요 20개국(G20)은 2020년 4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곤경에 처한 저소득국의 채무상환을 작년 6월까지 유예하는 ‘채무 원리금 상환 유예 이니셔티브’(DSSI)를 출범시켰다. 팬데믹이 지속되자 G20은 유예기간을 작년 말까지 연장했고, 올해 유예 기간이 종료돼 저소득국들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특히 중국은 세계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2013년부터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앞세워 개도국에 막대한 지원을 해왔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149개 국가, 32개 국제기구가 일대일로 협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돈을 빌려주며 부족한 인프라 개발까지 지원했다. 서방국 주도의 국제기구처럼 조건을 달지도 않았다. 개도국이 중국의 손길을 마다할 수 없던 이유다. 그러나 애초 자금 사정이 좋지 않던 이들 국가가 경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부채를 갚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 법무법인 퀸 엠마누엘의 국가소송 책임자인 데니스 흐라니츠키는 “중국 ‘일대일로’의 자금은 어디에나 있다”며 “국가 채무 구조조정 과정에서 계속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7년 스리랑카는 함반토다 항구 건설 과정에서 진 14억 달러의 빚을 갚지 못해 중국항만공사에 99년간의 운영권을 넘겼다. 스리랑카는 지난 4월 12일 일시적 채물불이행(디폴트)를 선언한 상태다. 잠비아는 루사카에 국제공항을 확장하기 위해 3억 5000만달러의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등 부채를 확대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 부채가 2010년 19%에서 2020년 120%로 급증했다. 잠비아는 2020년 11월 디폴트를 선언했고, IMF 구제금융 등 국제 지원을 타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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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가는 결국 돈을 빌려준 중국이다. 그러나 중국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 부채가 커지면서 그럴만한 여유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은 개도국에 대한 지배적인 대출 기관”이라며 “중국 정부는 어려움에 처한 개도국과 대출 조건 조정이나 재협상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협상 테이블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가 ‘빚의 덫’(채무의 함정)을 만든다는 서방국에 지적에 “완전히 거짓이다. 일대일로는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폴리나 쿠르디아브코 블루베이 자산관리 신흥시장 책임자는 “중국이 채무 협상에 참여하는 것은 IMF나 각국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중국을 제때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 앞으로 채무 구조조정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선진국들도 이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개도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주요 7개국(G7)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독일 남부 슐로스 엘마우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개도국 기반시설 프로젝트에 민·관 합동으로 총 6000억달러(약 774조원)를 투자하는 ‘글로벌 인프라와 투자를 위한 파트너십’(PGII)을 체결했다. 당시 미 당국자는 이번 투자에 대해 “가난한 국가들을 ‘빚의 덫’으로 내몬 중국의 대출보다 신흥 경제국들이 더욱 빠르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루는 것을 도울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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