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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편가르기 본격화…美 동맹규합 Vs 中 北-러와 결속 다져

신정은 기자I 2021.03.23 16:38:17

中·러시아 공동성명…서방 국가 제재에 맞대응
시진핑-김정은 친서 "적대세력 대처해 협력"
美·EU·英·캐나다 같은날 같은 대상에 美제재 발표
외신 "경제 보족 우려해온 EU의 의미 있는 첫 제재"

세르게이 라브로프(왼쪽) 러시아 외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사진=AFP)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방성훈 기자] 세계 2대 경제대국(G2)인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편가르기에 돌입했다. 미중 고위급 회담 이후 신냉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 북한을 잇따라 만나 결속을 다졌고 미국은 유럽·아시아를 돌며 동맹 규합에 나섰다.

◇中, 김정은과 친서·러시아와 성명…“민주주의 표준모델 없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3일 중국 구이린(桂林)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갖고 “민주주의에 표준 모델은 없다”는 공동 성명을 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다른 나라가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고 국내 문제에 간섭하는 것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며 “한 주권 국가가 독자적인 발전 경로를 택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다른 나라들도 인정해야 한다”면서 이처럼 밝혔다.

중국은 북한과도 접촉했다. 미중 고위급이 지난 18~19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만나 공개적으로 충돌한 상황에서 우방국인 러시아와 북한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왕이 부장은 또한 이번주 중동 순방에 나선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중련부) 부장은 22일 베이징에서 리용남 신임 중국 주재 북한 대사를 접견하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구두 친서를 교환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새로운 형세 아래 북한 동지들과 손을 잡고 노력하고 싶다”면서 “중국은 북한 및 관계 당사자들과 함께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방향을 견지하고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지키며 지역의 평화안정과 발전번영을 위해 새로운 적극적 공헌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적대 세력들의 전방위적인 도전과 방해 책동에 대처해 조중 두 당, 두 나라가 단결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적대 세력들의 광란적인 비방 중상과 압박 속에서도 사회주의를 굳건히 수호하면서 초보적으로 부유한 사회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기 위한 투쟁에서 괄목할 성과들을 이룩하고 있는데 대해 자기 일처럼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인권문제로 압박받고 있는 중국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2년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시 주석과 친서 혹은 구두 친서를 주고받은 것은 이번을 포함해 모두 7차례에 달할 정도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등과 12일(현지시간) 첫 쿼드 화상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사진=AFP)
◇“톈안먼광장 사태 후 첫 금수조치”…미vs중 대결 구도 확대

미국과 유럽, 영국, 캐나다 등 서방국은 똘똘 뭉쳐 중국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과 관련해 동시다발적 대중(對中) 제재에 나섰다. 미국은 중국과 알래스카 회담을 전후로 동맹국을 잇따라 접촉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한일 동맹국을 순방한데 이어 25일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유럽연합(EU)의 고위 인사들과 잇따라 접촉할 예정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0일 중국과 국경 갈등을 빚고 있는 인도를 찾기도 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및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날 중국 서부 신장 지역에서 심각한 인권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에 관여한 왕쥔정 신장생산건설병단 당위원회 서기, 천밍거우 신장공안국장 등 중국 관료 2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그간 중국이 신장 지역 내 위구르족을 수용소에 억류시킨 뒤 강제노동에 동원하거나 고문하는 등 인권 탄압을 자행해 왔다고 비판해 왔다. 이날도 “잔혹행위가 벌어지는 한 중국 당국은 중대한 결과에 계속 직면할 것”이라며 “(미 정부는) 인권 탄압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모든 권한을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같은 조처는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과 보조를 맞춘 것이다. 앞서 EU도 이날 미국이 제재 대상에 올린 두 사람 외에 주하이룬 전 신장당위원회 부서기, 왕밍산 신장정치법률위원회 서기를 추가해 4명의 중국 관료와 신장생산건설병단 공안국을 제재 대상에 올리고, EU 내 자산동결, 입국금지 등의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WSJ와 로이터는 EU가 인권 탄압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제재를 부과한 것은 지난 1989년 베이징 톈안먼 광장 사태 후 무기 금수 조치를 취한 이래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 매체는 “EU가 미국과 달리 그간 경제적인 부담을 이유로 중국과의 대립을 피해왔던 만큼 의미 있는 첫 제재”라고 평했다.

뒤이어 영국과 캐나다도 EU와 동일한 중국 관료 4명, 단체 1곳을 대상으로 제재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주도 하에 이뤄진 서방국가들의 이번 제재는 사전에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 미 고위 관료는 로이터에 중국 문제와 관련해 유럽 국가들과 매일 접촉했다고 전했다.

영국과 캐나다의 경우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과 함께 이른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로 불리는 안보·첩보 동맹에 소속된 국가들이다.

WSJ은 “이번 제재는 동맹 및 파트너와의 공조를 강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정부 관료는 WSJ에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 제재가 잘 먹혀들지 않는 경우, 제재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적어도 외교적 비판 대상으로 삼기 위한 집단행동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주요 외신들도 미국의 기존 동맹국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동맹복원’ 구호에 호응해 인권을 매개로 대중 공세에 동참, 미중 갈등이 서방진영과 중국의 대결 구도로도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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