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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 종료…때맞춰 방한한 비건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0일 오후 한국을 찾아 2박3일 일정으로 머물 예정이다. 전날 일본을 방문한 비건 대표는 오는 21일에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날 계획이다.
지난 6월30일 북미 양국간 정상이 만난 판문점 회동이후 2~3주내 북미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며 미사일 도발로 응수했다. 북한은 올해 8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한미연합훈련이 이뤄지는 이달에만 4차례(2일, 6일, 10일, 16일)에 걸쳐 총 8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한미연합훈련의 이름에서 ‘동맹’을 삭제하기도 했지만 북한 외무성은 “군사연습을 아예 걷어치우든지,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해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한미연합훈련이 끝나고 협상을 재개하자는 내용을 담은 서신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화의 동력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의 의미를 축소 해석하는 등 북한에 힘을 실어줬다.
◇北 통미봉남 우려 불식시킬까…靑 회동도 예정
이에 따라 훈련이 끝난 후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더욱이 이번 비건 대표의 한국 방문이 훈련 종료 시점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방한 기간 중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북측과의 물밑접촉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는 지난 판문점 회동 당시에도 하루 전날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 그의 방한이 본격적인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한미 간 사전 의견 교환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와 더불어 최근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줄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계속되는 무력 시위와 막말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한과 북한, 미국을 비롯한 관련 국가와 우리 모두는 지금의 이 (대화)기회를 천금 같이 소중하게 여기면서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방한 이튿날 이도훈 본부장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만난 뒤 마지막날에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비건 교체설 대두…북미 접촉 가능성은 반반
다만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한미훈련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실무협상이 재개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여전히 ‘빅딜’을 추구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북한이 과거처럼 적당한 핵 프로그램 양보로 경제적 이익을 얻은 뒤 약속을 지키려 하지 않으려 한다면 큰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내에서는 비건 대표의 러시아 대사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비건 대표의 교체설이 유력할 경우, 북한 입장에서는 무의미한 만남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
이에 북한 역시 앞으로의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협상 전략을 재점검하고 향후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위한 전략적 시점을 저울질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과 북한이 만날 확률은 50대 50”이라면서 “북한과 미국 모두 접촉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아직 미국이 협상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최근 북한 분위기를 보면, 중국과 우호관계를 맺으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