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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 미세먼지 범국가적 기구 제안.. 文대통령은 왜 수용했을까

원다연 기자I 2019.03.12 15:31:46

반기문 전 총장도 미세먼지 기구 위원장 수락할 듯
반 전 총장 대선 불출마 선언 후 2년만에 정치 기지개

[이데일리 원다연·박경훈·이승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구성을 적극 수용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브루나이 국빈방문 중 현지에서 김수현 정책실장으로부터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보고받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는 최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7일 연속 발령되는 등 최악의 미세먼지에도 정부가 미온적인 대책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국빈방문 중 야당의 제안을 전격 수용하며 대책 마련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에 따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기구 위원장직을 타진하는 한편, 기존 미세먼지특별위원회와 해당 기구의 관계 설정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정부의 미세먼지 컨트롤타워는 지난달부터 시행된 미세먼지특별법에 따라 국무총리실 산하 미세먼지특별위원회가 맡고 있다.

해당 기구 구성을 가장 먼저 제안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의 제안 수용에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손학규 대표는 앞서 지난 8일 최고위원회를 통해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데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손학규 대표는 이같은 제안과 함께 범국가적 기구 위원장으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추천했다. 손 대표는 “반기문 전 총장은 국내적으로는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신망을 받으며,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외교 전문가로서 중국과 주변국 미세먼지 문제 협의하고 중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이라고 추천 배경을 밝혔다.

손 대표는 이날 창원 성산구 이재환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런 결정을 해주신 대통령께 감사를 드린다”며 “미세먼지는 한 시민단체나 정부 기구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온 국민이 힘을 모으고 모든 사회가 뜻을 합쳐서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장기적인 대책으로 없앨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해당 기구의 위원장으로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추진되는 데에도 환영의 뜻을 밝히며 “정부에서는 단지 대책기구 하나 만들어서 반기문 총장에게 맡겼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범사회적, 범국민적 기구로 하되 국가 기구로 예산과 조직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 전 사무총장도 청와대의 위원장직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사무총장의 측근인 김숙 전 유엔대사는 이날 청와대의 발표 이후 “며칠전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다”며 “반 전 총장이 해외 출장중으로 주말 귀국하는데 귀국 후 청와대로 부터 구체적인 구상과 설명 들은 후 어떤 역할할지 결정할 것이다. 다만 이런 제안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손 대표의 제안 이후 바른미래당 미세먼지대책 특별위원회가 반 전 총장측의 의중을 확인했을 때도 범국가적 기구 위원장직 수락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반 전 총장이 위원장직을 맡아 미세먼지 문제 해결 전면에 나서면,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불출마 선언을 한 후 2년여 만에 사실상 정치 재개에 나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 전 총장의 활동과 성과 여부에 따라 여야간 협치나 대선주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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