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지는 상대적 투자 매력…‘Bye’ 코리아
그칠 줄 모르는 상승세를 지속하던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부침을 겪고 있다. 지난 5일 마지막 2500선(종가 기준)을 기록한 후 19일 현재까지 1.26% 떨어졌다. 올해 하반기 내내 동조화 현상을 보이던 뉴욕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간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코스피 조정 장세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외국인의 ‘팔자’ 기조가 꼽힌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10월 한 달간 외국인은 3조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1조3200억원 가량을 팔아치웠다. 이 기간동안 국내 증시 랠리를 이끈 전기·전자 업종만 약 1조2900억원어치의 차익 매물을 쏟아내 관련 대형주들이 크게 조정됐다.
한국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다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증시로 빠져나갔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미국은 기업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상·하원이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이번주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법인세 영구 인하를 통해 기업 세금이 줄고 현금이 증가하면 자본 투자가 늘어 경제 성장을 이끄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이다. 다만 당장 투자 확대보다는 순이익과 배당이 늘어 기업 주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 해외로 빠져나갔던 자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상영 연구원은 “2004년 법인세를 한시적으로 줄였을 때도 기업들은 자본 투자보다는 배당 인상과 자사주 매입에 사용한 것을 보면 이번 세제 개편도 경제 성장보다 주가 부양 효과가 더 우세할 수 있다”며 “뉴욕 증시 상승세가 예상된다면 한정된 자금 안에서 국내 주식을 팔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고금리·강 달러도 부담…“실적으로 극복해야”
미국 세제 개편에 따른 법인세 인하가 경제 성장에 일조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은 기대감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세제 개편이 국내 증시에 미칠 직접적 영향이 미미해서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세제 개편안이 국내 증시에 호재가 되려면 미국 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자사주 매입이나 주주환원보다 후행 성격을 띠고 있다”며 “세제 개편안이 미국의 호재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가들이) 굳이 지금 한국을 살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중장기로 볼 때 미국 경제 성장에 따른 통화정책 정상화는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 부담이다. 기업 이익이 늘어 고용과 투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게 되고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달러화 약세로 신흥국 등에 유입됐던 자금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셈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 성장이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긴축 압력을 높이면 달러 강세에 따른 이머징(신흥국) 자금 유출 압력이 될 것”이라며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원·달러 환율 약세 기조가 마무리되면 조정을 겪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산타 랠리 가능성이 멀어진 현재 상황에서 기대할 부분은 결국 다시 실적이다. 신흥국은 통화 영향과 함께 자체 자산의 투자 매력이 높기 때문에 기업 이익이 나아지면 다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내년 초 4분기 실적 시즌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김지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지난 4차례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신흥국 증시는 오히려 상승한 점을 볼 때 금리 인상이 절대 우려 사항은 아니다”며 “미국뿐이 아니라 전 세계 경기가 우호적인 상황이어서 혜택을 많이 받는 신흥국의 펀더멘털 매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