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한일 정부간 위안부 협상이 타결된 다음날인 29일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외교부를 대표해 자리에 선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사진)은 가장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합의 내용 자체에 대한 논란도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데다, 전일 장관회담 후 기자회견에서조차 질문을 받지 않으면서 질문이 쏟아질 것은 불보듯 했음에도 한마디로 묵살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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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그는 기자들로부터 단 2개의 질문을 받은 뒤에 “브리핑을 끝내겠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후에 이상덕 국장이 기자실을 찾아와 비공개를 전제로 한 브리핑을 하기는 했으나 합의 결과에 대해 한번도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외교부의 행태는 누가봐도 떳떳한 모습으로 비쳐지지는 않았다.
현장에서 정부 당국자들을 대상으로 취재를 하다보면 통상 협상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국익 차원에서도 일종의 ‘불문율’ 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상대편이 있고 협상을 하고 있는데 누가 패를 다 보여주느냐는 이야기다.
하지만 위안부 협상은 전일 타결됐고, 이미 협상문을 공개한 사안이다. 협상문은 합의 내용으로만 치면 A4 용지 한장에 불과했다.
무려 25년만에 타결됐고 피해 당사자 뿐 아니라 전 국민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외교부의 발표는 너무도 불친절했다.
외교부의 이같은 태도는 이번 협상의 과정과도 닮아 있다. 정부는 선(先) 정부합의 후(後) 피해자 의견수렴이라는 전형적인 하향식(탑-다운) 의사 결정으로 이번 협상을 이끌었다. 이미 끝난 협상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는 정부 입장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이번 합의가 ‘졸속 협상’이라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는 꼴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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