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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행사에 국회 재의절차 밟을 듯

선상원 기자I 2015.06.25 17:52:18

의장·야당 재의결 입장 … 여당, 국회 올스톱 우려로 재의 고려
여당, 투표 불참 가능성 … 6월·8월 임시국회 정상 운영 물 건너가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여야 모두 원하지 않던 일이 현실화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로 돌아온 만큼, 국회는 재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헌법 53조4항은 재의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제기한 위헌 시비를 해소하기 위해 여야 중재에 나서 문구 수정을 이끌어냈던 정의화 국회의장은 헌법에 따라 재의에 부치겠다는 입장이다.

정 의장은 “메르스 사태, 가뜩이나 심각한 경제난과 민생고 속에서 여야가 대립하고 국회와 정부가 충돌하는 것은 국민에게 고통을 가중시키는 일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국회의장으로서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헌법에 따라 본회의에 부쳐야 한다. 개정안 재의는 여야 원내대표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의장실 “서로 입장 다르면 절차대로 가야” = 더욱이 중재안 때문에 야당에게 신세를 졌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자마자, 재의결 일정이 잡힐 때까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법 처리 외에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고 나선 야당과의 정치적 신뢰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정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 협의와 상관없이 재의 일정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 행사 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기로 한 새누리당도 야당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 없다. 야당이 중재안을 수용할 때, 재의결에 협조하기로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메르스 관련 법과 추가경정예산 처리를 위해서는 국회가 열려야 한다. 의장실 관계자는 “전혀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재의에 붙여야 한다. 위헌성 있는 것을 보냈다면 우리 자체가 큰 잘못이다. 서로 입장이 다르면 절차대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의를 했다고 해도 안건 상정을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재의 안건에 대한 의결정족수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이다. 298명의 국회의원 중 149명이 참석해야 안건을 상정해 투표에 부칠 수 있다. 과반수(160명)가 넘는 새누리당 의사에 따라 투표 성립 여부가 판가름 난다. 새정치민주연합(129명)과 정의당(5명), 무소속(3명)을 다 합쳐도 137석 밖에 안된다. 현재 거부권 수용쪽으로 기운 새누리당은 국회법 개정안을 폐기시키기 위한 방안을 검토중이다. 아예 투표에 불참해 안건 상정 자체를 막거나 아니면 투표에 참여한 후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킬 수 있다.

◇투표 참여도 방법, 무기명 비밀투표라 재의결될 수도 = 가장 확실한 방법은 투표에 참여해 부결시키는 방안이다. 그런데 투표 참여에는 위험 부담이 있다. 재의 안건은 일반 안건과 달리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진다. 이탈표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60명만 이탈하면 재의결이 이뤄질 수도 있다. 비박계와 중립지대 의원들이 100여명 가까이 되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재의결되면 당청관계는 파탄나고 친박-비박계가 당을 같이 할수 없는 상태로까지 갈수 있다.

안전하고 손 쉬운 길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안건이 상정될 때 투표에 불참하는 방법이다. 다만,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재의된 상태로 계속 남아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국회 관계자는 “재적의원의 과반수가 자리에 있지 않으면 상정을 할수 없고 투표에 부칠 수 없다. 국회법이 계속 휴화산으로 남게 된다. 야당이 이를 이유로 국회 일정을 보이콧할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상 단독 국회는 불가능해 상당히 많은 것들이 물 건너가게 생겼다”고 밝혔다.

당장 다음달 1일 있을 본회의 일정 뿐만 아니라 추경을 논의하기 위한 8월 임시회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25일에도 본회의서 메르스 관련 법, 경제활성화를 위한 크라우딩 펀딩법(자본시장법 개정안), 대부업법 개정안 등 60여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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