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비노(비노무현) 좌장격인 김한길 전 대표와 김 전 대표와 ‘한 배’를 탄 안철수 전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의 4·29 재보선 참패 책임을 문재인 대표에게 물어 차기 원내대표 자리를 얻어내려는 게 아니냐는 정황이 드러났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주승용 최고위원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사퇴 의사를 밝혀 문 대표를 압박하는 한편, 안 전 대표가 문 대표에게 원내대표 합의추대를 제안하면서 이같은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가 원내대표로 추대하려는 인물은 이종걸 의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길, 7·30 재보선 패배 데자뷔 발언 주목
김 전 대표는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겨야 하는 선거에서 졌다”며 “(내년)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 패배로) 다들 걱정이 크다. 저도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언급한 ‘이겨야 하는 선거에서의 패배’는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 직후인 7월31일 김 전 대표가 안 전 대표와 동반사퇴하며 남긴 발언과 동일하다.
당시 김 전 대표는 국회에서 최고위 회의를 마친 후 “이겨야 하는 선거에서 졌다. 죄송하다”며 “모든 책임을 안고 공동대표 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 측은 “대표가 일부러 작년과 동일한 문장을 썼다”며 “해석은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재선 의원은 “있는 그대로…”라며 말을 아꼈다.
이에 앞서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열린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지도부가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주 최고위원 측은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라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文에게 “원내대표 합의추대 하자”
안 전 대표는 이날 문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하고 내달 7일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합의추대를 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4선의 이종걸 의원과 3선의 김동철 설훈 조정식 최재성 의원(가나다순)은 전날 원내대표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을 따르는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설훈 의원과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이자 정세균계인 최재성 의원, 손학규계이면서도 친노와 가까운 조정식 의원은 범친노 주류 그룹으로 분류된다.
반면 이종걸 의원과 김동철 의원은 비노 비주류다. 김한길 전 대표는 자신의 당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맡았던 박기춘 의원이 출마 의사를 접자 이종걸 의원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걸 의원은 김 전 대표의 합의추대 제안에 “경선에서 이기겠다”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 측은 “다른 4명이 후보자 등록을 마친 상태이고 경선을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며 합의추대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제안을 받은 것이다. 정당한 경선을 통해 이겨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원내대표 합의추대 제안에 고민해 보겠다는 취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 측은 “두 분이 만난 것은 맞지만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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