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정도전’에 등장하는 최영 장군은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라는 말을 한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말라는 이 말은, 황금을 보면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원소기호 Au, 원자번호 79번. 금은 흔한 원소 중 하나지만 인류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존재이기도 하다.
최초의 금은 기원전 5000년경으로 거슬러 간다. 태양을 숭배하던 고대 이집트인들은 반짝거리는 금을 태양의 상징으로 간주했다. 이때부터 권력자들은 금으로 된 투구를 쓰고 금 장신구를 사용하며 자신의 권위를 자랑했다.
장신구로만 쓰이던 금이 경제 가치로 거듭나게 된다. 이에 따라 그 가치 역시 한층 도약했다. 기원전 650년경 아시아지역에서 금과 은을 3:1 비율로 만든 최초의 금화가 만들어진 후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사용된다. 로마제국이 몰락하며 금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지만 13세기 이탈리아 도시국가에서 다시 발견된다. 당시 ‘플로린’이라는 금화가 나타나며 사람들은 ‘금화’에 관심을 기울인다. 반짝거리고 변하지 않는 금속, 게다가 화폐의 위치. 사람들은 금을 인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연금술에 심취하며 중세시기 화학, 물리학, 수학 등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인류 과학에 획을 그은 아이작 뉴턴조차 20년간 물리학 대신 연금술에 몰두했다고 하니 금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을 짐작할 만하다.
그뿐만 아니라 금을 찾기 위해 항해를 시작하며 아시아 등 동방지역과 교류도, 또 침략의 전쟁도 시작하게 된다.
근대가 시작되며 화폐(종이돈)가 생겼지만, 사람들은 그 가치를 믿을 수 없었다. 결국 1816년 영국이 금에 화폐가치를 고정해 경제를 운용하는 ‘금 본위제’를 채택하며 20세기 초까지 모든 국가의 통화를 금에 1:1로 고정했다. 그러나 금본위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막을 내린다. 전쟁하며 돈을 무작위로 찍어낸 탓에 오스트리아가 파산하면서 독일, 영국, 미국이 순서대로 금 본위제를 포기했던 것.
대신 세계2차대전 직후 새로운 금본위제가 나타나게 된다. 1944년 세계는 미국 브레턴우즈에 모여 경제질서에 대해 고민했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설립과 함께 금 1온스당 35달러로 화폐의 가치를 고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다른 국가의 통화도 달러에 일정 비율로 고정하는 것.
이때부터 미국은 압도적인 금 보유와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기축통화가 된 셈이다. 미국은 고정환율을 바탕으로 냉전시대 한국을 비롯해 서유럽, 아시아 등에 자유주의 체제 번영 기금을 투하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 미국이 무작위로 달러를 찍어내는 통에 일부 국가가 금 태환을 요구했고 1971년 닉슨 대통령은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한다. 금 본위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화폐는 금이 아닌 은행 시스템을 기반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화폐와 연동하지 않아도 금은 여전한 지위를 자랑한다. 사람들은 글로벌 시장이 어수선할 때마다 안전자산인 금을 찾는다. 황금의 제국 저자 피터 버스타인은 “금이 반짝이는 것은 경제의 재앙 신호”라고 말했다. 금값이 바닥을 치면서 금에 대한 신뢰는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투자의 보루이자 부의 상징인 금의 위상은 여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