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남 이도형 기자] 정국 정상화는 커녕 여야 불신의 벽만 더 높아졌다. 여야 지도부가 2일 오후 대치정국을 풀고자 ‘4자회담’을 열었지만 별다른 진전없이 빈손으로 돌아섰다. 여야 지도부는 오는 3일 오전 다시 회동하기로 해 대화의 여지는 남겨뒀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등에 대한 내각임명이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4자회담이 끝난 후에야 청와대의 임명소식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져 추후 4자회담에서 합의는 고사하고 정상진행 자체도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성과 없었던 4자회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전병헌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 4명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약 1시간15분간 국회 귀빈식당에서 배석자 없이 4자회담을 가졌다.
여야 지도부의 이날 회동은 민주당의 국회 보이콧 등 갈수록 심화되는 대치정국을 풀기 위해서였다. 김한길 대표가 지난달 11월25일 4인협의체를 먼저 제안한데 대해 황우여 대표가 이날 다시 4자회담으로 역제안한 형태였다.
이날 4자회담에서는 △대선개입 의혹 특검 도입 △내년도 예산안 및 주요법안 처리 등 전반적인 현안들이 논의됐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과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허심탄회한 얘기가 오고갔다”고 말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4자회담 중에는 여야간 고성이 오갈 정도로 격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길 대표가 “(어떻게) 자기들 주장만 하면서 예산만 이야기하느냐”고 따지자 황우여 대표가 “예산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맞받았고, 이에 김 대표가 “나 김한길이 그만두어도 좋다는 것이냐. 누가 죽나 한번 봅시다”고 소리쳤다. 이 과정에서 테이블이 ‘쾅’하며 울리고, 놓여져있던 찻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기도 했다.
다만 여야는 정국 정상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3일 오전 다시 만나자고 했다. 새해 예산안이 법정시한(12월2일)인 이날까지 국회 예결특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는 등 정국대치가 심화되자 어떻게든 실마리를 마련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한 것이다. 황우여 대표는 회담후 기자들과 만나 “솔직하게 다 얘기했고, 유익했다”고 자평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처음 만나서 대화가 다시 시작됐다는데 의의가 있다”면서 “여당이 예산안 처리에 대한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오히려 더 아쉬운 상황이다. 민주당도 안철수신당이라는 변수가 생겨 무조건적인 투쟁을 할 수는 없을 거다”라고 내다봤다.
◇靑 임명강행 4자회담 변수로
변수는 4자회담 중이었던 이날 오후 3시30분쯤 전해진 청와대의 임명 소식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4시30분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재가와 함께 바로 임명장을 수여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이때 전했다.
여야 지도부는 4자회담 중에는 이 소식을 듣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회담후 기자들과 만나 “끝나고 나서 알았다”고 했고,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도 “임명소식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측이 청와대의 임명 소식을 몰랐기 때문에 3일 4자회담에도 응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그간 박 대통령이 이들 세 명을 임명한다면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강하게 반발해왔다.
청와대의 임명 소식은 당장 3일 4자회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대화의지가 이날만큼 높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회담후 “(임명은) 예의와 금도를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곧바로 국회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이 보여준 대화 제스처가 청와대와 사전에 조율된 임명강행을 위한 여론쇼였는지 답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청와대의 오만과 독선, 그리고 최근에는 독기까지 어린 일방통행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치권에서는 3일 예정된 4자회담에서도 여야간 합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뜩이나 핵심쟁점인 특검 수용여부에 대한 확연한 입장차에다 이날 청와대 임명소식까지 ‘엎친데 덮친격’이 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