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STO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에 힘입어 조각투자업계가 각자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고자 노력한 해였다. 시장에선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이 처음 발행됐다. △투게더아트 △열매컴퍼니 △서울옥션블루 등 조각투자사들은 처음으로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 운영사 스탁키퍼는 총 다섯 번의 투자계약증권 공모 청약을 진행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스탁키퍼가 지난해 발행한 투자계약증권의 평균 청약률은 161%로 집계됐다. 다섯 번의 공모 모두 청약률 100%를 가뿐히 넘기며 한우 조각투자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부동산 조각투자 시장에는 연간 15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2024년 부동산 신탁수익증권 공모금액은 총 145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한 해 동안 총 8번의 수익증권이 발행됐고, 8번의 공모 모두 청약률 100%를 달성하며 완판에 성공했다.
◇ 탄핵 정국에 지지부진한 STO法…“상반기엔 통과돼야”
STO 법제화 논의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지지부진해졌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에 STO 법제화를 포함한 민생·경제 입법은 모두 정지됐다. 민생·경제를 뒷받침해야 할 정치가 경제를 집어삼켰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토큰증권의 법적 제도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발의된 STO 관련 법안은 총 세 건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지난해 9월과 11월 토큰증권 법제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달 비금전재산신탁 수익증권 발행 허용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업계는 올해 상반기 내에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STO 업계 관계자는 “STO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이미 한 차례 폐기됐다. 시장을 키워온 금융투자업계와 스타트업들이 생존하기 위해선 상반기 내 법안 통과가 간절하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하반기 STO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고 말했다.
이 가운데 올해 증권 유관기관들은 STO 법제화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윤창현 코스콤 사장은 지난해 STO 사업추진 태스크포스를 신설했고, 예탁결제원은 올해 상반기 STO 사업자에 대한 테스트베드 검증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협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토큰증권 법제화 등 가상자산 관련 금융투자회사의 비즈니스 확대 추진을 통해 디지털 자산시장이 우리 자본시장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사업 재정비 나서는 업계…일부는 해외로
STO 업계는 △공모 규모 확대 △신규 투자 유치 △조각투자 플랫폼 정비 △기초자산 다양화 △직접 발행 외 사업 분야 확장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올해는 미술품, 한우, 부동산 조각투자 상품 외에도 항공기 엔진,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충전 인프라, 뮤지컬 등 다양한 조각투자 상품들이 선보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STO 업체들은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선다.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고 있는 열매컴퍼니는 올해 일본과 싱가포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서울옥션블루는 올해 하반기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부동산 STO 플랫폼 운영사 펀블은 중동, 미국, 싱가포르, 유럽 등 글로벌 시장으로 서비스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선 싱가포르,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는 STO 관련 제도가 마련돼있어 사업 확장이 용이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을 만들어온 주요 업체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국내 시장에선 새로운 상품이 나오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STO 시장의 활성화와 유동성 공급 측면에선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 생존을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