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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입추가 지난 지금도 극심한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고 증언했다. 정성용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대구물류센터는 체감온도가 30도를 웃돈 6월 11일부터 7월 10일까지 에어컨과 휴게시간 없이 운영됐다”며 “현장 노동자들은 물류센터를 ‘사막’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정동헌 쿠팡물류센터지회 동탄분회장은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동탄물류센터를 방문한 지난 30일 저녁 노동자 한 명이 근무 중 온열질환으로 쓰러졌다”며 “열악한 노동현장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쿠팡물류센터지회가 6월 2일부터 이날까지 인천·동탄·대구의 쿠팡물류센터에서 운영한 온도감시단에 따르면, 세 센터의 노동자들은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날 매시간 10분씩 주어져야 할 휴게시간을 누리지 못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 제566를 개정해 폭염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은 체감온도가 33도 이상 오르거나 폭염주의보가 발령될 때 근로자에게 매시간 10분씩 그늘 등 휴식공간에서 쉴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도록 권고한다.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이거나 폭염 경보가 발령된 날에는 매시간 15분씩 쉴 것을 명시하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은 고용부의 규칙이 권고사항이어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효 쿠팡물류센터 인천분회장은 “쿠팡 물류센터는 체감온도가 제일 높은 시간대, 제일 높은 장소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설정한 시간과 장소의 온습도를 기준으로 휴게시간 보장 여부를 판단한다”며 “그 결과 센터와 근무조, 층수에 따라 휴게시간이 제각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상길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매년 반복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 폭염기 휴게시간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부위원장은 “기후변화가 더 심해지리란 점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사안”이라면서 “고용부는 폭염 대책이 권고가 아닌 의무가 될 수 있도록 감시·감독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목소리 높였다.
쿠팡물류센터지회는 기자회견 이후 서울고용노동청에 쿠팡물류센터 노동자 1475명이 참여한 휴게시간 지급 서명운동지를 전달했다. 박인화 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국장은 “9월까지 온도감시단을 계속 운영하면서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쿠팡 관계자는 “노조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고용노동부장관의 현장 방문까지도 비난하고 있다”며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허위 주장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