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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참석할 예정이던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 불참했다. 전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공개적으로 나 전 의원을 비판하자 숙고의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직 해임에 대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즉각 김대기 실장은 입장문을 통해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의 해임과 대통령 비서실장 입장문으로 두 차례나 경고장을 받은 셈이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용산구 자택 앞에서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할 말이 없다”며 함구했다.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나 전 의원에게 향하지 않았음이 확인되자 당심도 김기현 의원에게 더욱 쏠리는 모양새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당 지지층 397명에게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김 의원은 35.5%로 1위를 차지했다. 3주 전 조사 대비 20.3%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반면 나 전 의원은 21.6%로 2위에 머물렀다. 두 의원의 지지율 격차는 13.9%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었다. 뒤이어 안철수 의원 19.9%, 유승민 전 의원 7.4%, 황교안 전 대표 3.7%, 조경태 의원 2.5%, 윤상현 의원 1.5% 순으로 조사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든든한 친윤계를 등에 업은 김 의원은 당심은 물론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 왔던 인지도 개선도 자신하고 있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에 대해 “당의 훌륭한 자산이고 정치 역정도 저와 비슷해 같이 힘을 합치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지금까지 무계파 정치를 해왔다”며 당대표로 선출되면 경쟁주자인 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까지 포용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당권주자와 비교해 약점으로 꼽히는 ‘인지도’에 대해서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며 “‘김기현이 누구지’ 쳐다보니 ‘그 사람 괜찮네’라는 긍정적 평가가 높아지고 있어 지지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나 전 의원과 선긋는 당권주자들…당심 잡기 행보
안 의원도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안철수 170V 캠프 출정식’을 갖고 본격적인 당심 잡기 행보에 나섰다. 170V는 내년 차기 총선에서 여당이 최소 170석 확보해 승리(Victory)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나 전 의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안타깝다”며 “이번 전당대회가 정책과 비전의 대결로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시절을 떠올리며 “110대 국정과제를 선정할 때도 일일이 대통령께 상의드리고 뜻을 맞춰나갔다. 당선인과 인수위원장의 호흡 및 정책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과 본인이 다르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윤 대표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별다른 공개 행보 없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과 갈등을 겪은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이 동시에 등판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유승민계 핵심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 부상하게 되면서 출마 시기도 애매해지고 아직 캠프조차 꾸리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반윤 또는 비윤 딱지가 붙은 상황에서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이 동시에 출마해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면, 두 명 모두 지지율이 흐려지고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