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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생명줄' 오데사 공격 임박…"세계 공급망 최대 악재"

방성훈 기자I 2022.03.07 16:10:56

푸틴 “전쟁 계속할 것”…젤렌스키 “러, 곧 오데사 공격"
오데사, 우크라 수출입 70%…러 장악시 공급난 심화
흑해서 세계 밀 생산 30% 차지…식량난 우려 확산
우크라·러시아산 반도체·자동차 원자재 공급도 차질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 도시인 오데사를 공격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글로벌 공급망 악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가 오데사를 점령하면 흑해를 통한 해상 교역로를 차단, 이에 따른 물류난이 식량·에너지는 물론 다른 산업의 공급망까지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푸틴 “전쟁 계속할 것”…젤렌스키 “러, 곧 오데사 공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저항을 멈출 때까지 우크라이나에서의 특별 군사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할 뜻이 전혀 없다.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입장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 방송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오데사를 폭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인 전쟁 범죄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오데사는 흑해 연안에 위치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항구 도시다. 우크라이나는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및 아메리카 대륙과 주로 교역하며 수출입의 70%가 해상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 중 약 4분의 3을 오데사가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수도인 키이우, 제2의 도시 하르키우와 더불어 오데사를 주요 침공 타깃으로 삼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연안의 또 다른 항구 도시 헤르손과 남동부 아조프해의 항구 도시 마리우풀을 이미 장악했다.

뉴욕타임스(NYT), AFP 등에 따르면 헤르손을 점령한 러시아군은 인근 오데사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군은 오데사 인접 주요 교통로와 해안에 대전차 장애물과 지뢰를 매설하고 러시아군의 진격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 오데사 인근에서 러시아의 수륙 양용 공격이 임박했다고 보고 있지 않다. 그런 징후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사진=AFP)


◇러, 오데사 점령시 우크라 수출입 70% 막혀…공급난 우려↑

오데사마저 러시아군에 점령당하게 되면 우크라이나의 해상 교역로는 완전히 차단된다.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기 위한 보급품은 공급은 물론,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식량, 원자재 등의 수출 길도 막힌다.

리처드 배런스 전 영국 합동군사령관은 더타임스에 “러시아군이 오데사를 점령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경제의 생명줄을 끊는 것”이라며 “현실화하면 육상을 통해서만 교역이 가능해진다”고 우려했다.

당장 세계적인 식량위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전 세계 밀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흑해 지역이 전쟁터가 되면서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는 데다, 오데사항의 선박 입출항이 통제되면서 밀 수출은 이미 중단됐다.

이에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4일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BOE)에서 밀 가격은 부셸(27㎏)당 13.4달러까지 치솟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50% 급등한 가격이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인 네온과 자동차 주요 부품에 사용되는 팔라듐 등 희소자원 조달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미 중국에서는 네온 현물 가격이 연초대비 65% 가량 급등하는 등 공급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네온 생산량의 70%를, 러시아는 전 세계 팔라듐 생산량의 43%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네온 역시 오데사항을 통해 수출된다.

러시아는 또 니켈과 알루미늄 생산량 기준 3위에 위치하고 있다. 두 원자재는 2차전지 제조 원가의 50%를 차지한다. 팔라듐과 더불어 이들 러시아산 원자재는 러시아 상공에 대한 항공 운항 제약 등으로 수송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날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여파로 국제유가는 이날 장중 배럴당 130달러선을 돌파했다.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다. 러시아는 석유와 정유제품을 하루 700만배럴 가량 수출, 세계 공급량의 약 7%를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통과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 길이 서방 제재로 제한되면서 육로를 통한 교역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누르고 세계 공급망 생태계의 최대 악재가 됐다”면서 “전쟁이 장기화하면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현상이 더욱 악화하고, 자동차, 전자, 휴대폰 업체에도 상당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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