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MS·애플에서 메타버스 인력 '쏙' 빼가

장영은 기자I 2022.01.11 17:36:03

메타버스 사업 강화하면서 관련 인력 적극 스카우트
MS 홀로렌즈팀 인기…몸값 2배 뛰는 경우도
애플 개발자 대거 이탈에 자사주 보너스 강수 두기도
"중기는 ''몸값'' 상승에 경쟁 시도조차 못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메타버스(가상세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사명까지 바꾼 메타(옛 페이스북)가 핵심 인력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등의 경쟁사에서 관련 인력들이 대거 메타로 이동했다.

(사진= AFP)


◇메타, 경쟁사 AR·VR 인력 공격적으로 영입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지난해 MS 내 증강현실(AR)팀 인력 100여명이 회사를 그만뒀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메타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전체 AR을 담당하는 그룹의 인력이 약 1500명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7%가량이 1년 새 MS를 떠나 경쟁업체로 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경쟁사들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을 접목시킨 혼합현실(MR) 기기인 홀로렌즈 헤드셋에 주목하면서 관련 인력들은 이직 시 몸값이 2배까지 뛴다고 WSJ는 전했다. 홀로렌즈는 세계 최초의 웨어러블 홀로그래픽 컴퓨터다. 현실 공간을 차단하는 VR이나 실제 공간에 가상을 덧씌우는 AR과 달리, 사용자가 서 있는 공간에 손 동작이나 음성, 시선으로 조작할 수 있는 가상 영상을 구현해낸다.

MS 직원 영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메타버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한 메타다. 메타는 지난해 유럽에서 메타버스 전문 인력 1만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 밝히는 공격적인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1년간 홀로렌즈팀에서 일하던 MS 직원 중 70명 이상이 이직을 했으며, 이 중 40명 가량이 메타로 옮겼다고 WSJ는 덧붙였다.

팀장급 인력이 MS를 떠나 메타로 옮긴 사례도 있다. 지난 여름 메타에 합류한 찰리 한은 MS에서 총 11년 1개월을 근무했으며, 지난해 7월까지 홀로렌즈팀에서 고객 피드백을 담당했다. 엑스박스팀을 거쳐 홀로렌즈팀에서만 5년 4개월을 일했던 조쉬 밀러도 최근 메타로 이직했다.

메타는 애플에서도 메타버스 관련 인력을 빼오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는 지난해 애플에서 메타로 옮긴 엔지니어만 최소 100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지난해 말 애플이 핵심 엔지니어들에게 최대 18만달러(약 2억151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한다고 발표한 것이 이같은 퇴사 행렬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애플은 해당 보너스를 4년에 걸쳐 나눠 지급한다는 단서를 단 것으로 알려져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실었다.

홀로렌즈는 MS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MR 기기로, 지난해 미 국방부와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사진= AFP)


◇메타버스 부상에 업계 몸값도 덩달아 뛰어…중기는 ‘울상’

정보기술(IT) 업계의 이직이 잦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메타버스가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면서 AR·VR 관련 인력이 이동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는 양상이다. 구인·구직 사이트 인디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메타버스를 내세운 구인 광고는 전년 같은 기간 보다 10배 이상 급증했다.

MS측은 “직원들의 이탈은 많은 팀들이 직면하고 있는 일상적인 도전이며, MS는 필요한 직원을 유지하고 새로운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 인력을 두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반적인 몸값도 뛸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AR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미라랩스의 매트 스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메타와 같은 대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려고 하면서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은 경쟁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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