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최근 ‘충청 대망론’으로 떠오르고 있는 충북 지역을 찾았다. 천주교 청주교구를 방문해 평소 알고 지내던 장봉훈 주교와 면담을 진행한 것이다. “민심 청취”의 이유로 나선 충청행이지만 여권의 잠룡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 행보와 연관지어 대선을 겨냥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문 전 대표는 1일 측근인 노영민 전 의원과 함께 충북 청주 사천동 천주교 청주교구를 찾아 장 주교와 30분 가량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문 전 대표의 이날 청주 방문은 최근 방한한 반 총장이 안동과 경주 등 TK 지역을 고루 살펴보고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반 총장은 여권은 물론, 충청권에서도 지지를 받고 있다. 청주를 방문해 반 총장을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7일에도 반 총장이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하기 이틀 전에 안동을 다녀갔다.
문 전 대표는 그러나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런 확대 해석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보였다. 그는 “(이번 방문에) 특별한 의미를 안 뒀으면 좋겠다”며 “요즘 지역을 많이 다니며 지역 어른과 시민을 만나고 있는데, 오늘은 제가 가톨릭 신자이기에 주교님을 찾아 뵈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쏟아지는 반 총장과 관련된 질문에는 “정치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내 일정대로만 다니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후 질문에 문 전 대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자리를 떠났다. 지난 30일을 끝으로 19대 국회가 마무리됨에 따라 의원직에서 물러난 문 전 대표가 정치 이슈를 끌어들이기 부담스러운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최근 전준위에서 당대표 시절 만들었던 혁신안이 논란을 빚고 있는 데 대해서도 “몰랐다”고만 말했다. 최고위원제 및 사무총장제를 폐지했던 이른바 ‘김상곤 혁신안’은 폐지된 제도의 부활 여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청주교구 방문을 마친 뒤 보은 속리산 법주사를 찾아갈 예정이었으나 해당 일정을 취소했다. 취재 열기를 의식한 판단에서다. 문 전 대표는 이후 공식 일정 없이 청주에서 평소 가깝게 지내던 몇몇 지인들과 만나는 등 비공식 개인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날 오후 충북 괴산에서 더민주당 충북도당이 주최하는 핵심 당직자 워크숍이 마련돼 있지만 이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행보에 대해 극도로 신중함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