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34살의 직장인 강 모 씨는 올 들어 친구와 직장동료 돌잔치에 초청받는 일이 잦아졌다. 강 씨는 돌잔치에 참석할 때 돌반지 선물 대신 현금 봉투를 흔히 내민다.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금값을 신경 쓰는 것도 번거롭지만 그보다 금은방에서 구입하는 반지 품질을 쉽사리 믿지 못하는 탓이 크다.
금 거래 양성화와 금시장 활성화를 위한 국내 최초의 금 현물시장인 KRX 금시장이 24일 문을 연다. 이제 금 관련 사업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직접 금 매매에 나설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투자자도 현물시장 회원인 증권사 중개를 통해 위탁매매 방식으로 금을 사고파는 게 가능해진다.
KRX 금시장은 지난해 7월 정부와 금융당국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금 현물시장 개설 등을 통한 금 거래 양성화 방안’을 내놓은 뒤 개설 작업이 가속화됐다. 정부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금이 조세포탈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고 간주했다.
금 현물 시장에선 한국거래소(KRX)가 금 매매계약 체결과 청산 등 운영 전반을 담당하고 조폐공사가 금 품질 인증을, 한국예탁결제원은 금의 보관과 인출을 맡는다. 정부 기관들 관리하에 품질이 보증된 금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세계금위원회(Word Gold Council)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은 104.4톤으로 세계 34위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금 유통량은 연간 116톤으로, 이중 예물용 등으로 쓰이는 주얼리 비중이 40%에 달한다. 10% 수준의 부가가치세를 피하고자 전체 유통량의 60~70%가량이 세금계산서 등을 발행하지 않는 무자료 거래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만큼 음성적인 거래가 많다는 의미다.
정부는 금 시장 개장으로 음성적 거래를 통한 세금 포탈을 줄이는 한편 귀금속산업의 유통 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개인투자자의 기대감 역시 높긴 마찬가지다. 수익원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는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고, 개인투자자는 다른 금 관련 거래 대비 수수료가 낮고 세제혜택이 있는 믿을 수 있는 금 투자수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지영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표준화된 금 거래 플랫폼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향후 활발한 거래가 기대된다”며 “다만 이에 앞서 금 거래소를 알리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마케팅 활동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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