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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삿포로 고등법원 "동성결혼 불인정 위헌"

이소현 기자I 2024.03.14 17:59:05

일본 5개 법원 소송 중 첫 항소심 판결
개인 존중 관점서 동성결혼 보장해야
도쿄 지방법원은 '위헌 상태' 판결
日 관방장관 "국민 의견 귀 기울일 것"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일본 삿포로 고등법원이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등의 법률 규정은 ‘위헌’이라고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앞으로 일본 내 동성결혼 합법화 논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
14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삿포로 고등법원은 홋카이도에 거주하는 동성커플 3쌍이 동성 간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등의 규정은 헌법 위반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1인당 100만엔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항소심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는 전국 5개 지방법원에서 제기된 6건 소송 중 첫 항소심 판결이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혼인은 ‘양성(兩性)의 합의에만 기초해 성립한다’라고 규정한 헌법 제24조 제1항도 문언상 이성 간 혼인을 정한 규정이지만, 개인의 존중 관점에서 보면 사람과 사람과의 자유로운 결합으로서의 혼인도 포함한다고 해석해 동성결혼도 보장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동성커플이 결혼의 중요한 법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없는 현 상황은 헌법 제14조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동성결혼이 제도화될 경우 불이익이나 부작용의 징후가 없다고도 언급했다.

일본 동성결혼 합법화 소송에선 ‘법 앞의 평등’을 규정한 헌법 제14조 제1항과 ‘개인의 존엄성과 남녀의 본질적 평등’을 규정한 헌법 제24조 제2항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날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법이 위헌이라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원고 측 한 여성은 삿포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판결”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일본 도쿄지방법원은 동성커플 8쌍이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등의 법률 규정은 헌법 위반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각각 100만엔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1심 소송에서 ‘위헌 상태’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기초해 배우자 선택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한 헌법을 위반하는 상태라며, 중요한 개인적 이익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위헌 상태는 한국의 헌법불합치와 유사한 판결로, 법률이 헌법 취지에 어긋나지만, 개정에 시간이 걸려 당장 효력을 잃게 하지는 않는 결정이다.

다만 삿포로 고등법원과 도쿄지방법원 모두 입법 행위에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원고 측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일본에서 동성결혼 관련 소송은 도쿄(1·2차)·나고야·삿포로·후쿠오카·오사카 지방법원 5곳에서 총 6건이 제기됐다. 배상청구는 모두 기각됐으나 위헌 여부는 헌법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태다. 6건 소송 중 1·2심 판결은 위헌 2건(삿포로·나고야), 위헌 상태 3건(도쿄 1·2차, 후쿠오카), 합헌 1건(오사카)을 기록했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일본 사회에서 동성 결혼에 대한 향후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동성결혼 제도 도입은 친족의 범위, 권리와 의무 관계 등 국민 생활의 기본과 관련된 문제”라며 “앞으로도 국민의 의견과 국회 내 논의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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