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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프닝' 맥주시장 열리자…'진짜 전쟁' 벌어졌다

남궁민관 기자I 2023.04.12 16:58:42

대표 수제맥주 곰표밀맥주 대한제분-세븐브로이 결별
칼스버그, '동지' 골든블루와 얼굴 붉히며 韓 직진출
축소일로 맥주시장 2021년부터 반등…기대감 커진 탓
경쟁력 확인된 제품 주도권 가지려 협력 깨고 경쟁 나선 듯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본격적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맞은 국내 맥주 시장을 두고 국내·외 주류업체간 ‘진짜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한때 협력 관계였던 업체끼리 얼굴을 붉히고 경쟁자로 등을 돌리는 일까지 벌어지며 전운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맥주가 협업해 선보였던 ‘곰표밀맥주(왼쪽)’와 세븐브로이맥주 단독으로 선보일 ‘대표밀맥주’.(사진=세븐브로이맥주)


대한제분-세븐브로이맥주, 동지서 경쟁자로

12일 업계에 따르면 2020년 5월 ‘곰표밀맥주’를 선보이며 국내 편의점표 수제맥주 전성기를 이끌었던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맥주가 3년여 만인 지난달 말 결별을 선언했다.

곰표밀맥주는 대한제분의 ‘곰표’ 상표권에 세븐브로이맥주의 수제맥주 기술을 더해 탄생한 제품으로 출시 이후 현재까지 5850만캔을 팔린 ‘메가 히트 브랜드’다. 다만 지난달 말 곰표 상표권 계약 만료를 앞두고 대한제분이 돌연 제조사를 다시 선정하겠다며 세븐브로이맥주 측에 경쟁입찰에 참여하라고 통보했다. 현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있으며 세븐브로이맥주의 경쟁사인 제주맥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선 대한제분이 수제맥주에 큰 관심을 보이며 기존 세븐브로이맥주에 생산 전반을 맡기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직접 관련 노하우를 쌓고자 다른 제조사를 물색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제분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주류 중개 및 판매업 △주정 제조 및 도매업 △주류 판매 및 수출입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주류 사업 진출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세븐브로이맥주는 이에 맞서 기존 곰표밀맥주의 맛 등을 그대로 계승한 ‘대표밀맥주’를 선보이겠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세븐브로이맥주가 당초 공개했던 대표밀맥주의 패키지가 기존 곰표밀맥주와 흡사해 양측 간 얼굴을 붉히는 헤프닝까지 빚어졌다. 한때 대표적인 협업 성공사례로 꼽혔던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맥주는 졸지에 수제맥주 시장에서 경쟁자로 맞서게 된 셈이다.

골든블루가 최근 수입·유통 계약을 해지한 칼스버그 맥주.(사진=골든블루)
칼스버그, 국내 시장 직진출…골든블루 등에 칼 꽂고 韓 직진출

국내외 업체간 갈등도 있다. 위스키와 맥주 등 주류 브랜드를 운영하는 골든블루는 지난달 초 덴마크 칼스버그 맥주의 모든 유통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2018년 5월부터 5년간 칼스버그 맥주를 유통하며 국내 수입맥주 시장 10위권 내 연착륙을 도왔지만 최근 칼스버그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것.

칼스버그는 국내 맥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엔데믹 전환에 맞춰 지난해 10월 칼스버그코리아를 출범했다. 국내 시장에 직진출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으로 기존 협력 관계였던 골든블루와 불편한 경쟁을 이어가게 됐다.

칼스버그는 골든블루에 시의적절한 계약 해지 절차를 거치지 않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 1월 이후 2, 3개월 단위로 단기 계약 연장을 하는가 하면 급기야 같은 해 10월부터는 무계약 상태로 수입·유통을 이어왔다. 골든블루는 “신뢰 관계를 이어가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갑질’을 당했다”는 입장으로 현재 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맥주업계의 경쟁이 치열해 진 데에는 국내 맥주 시장규모가 지속 성장하면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맥주 시장 규모는 2018년 3조8591억원에서 2020년 3조4974억원까지 축소됐다가 2022년 3조 6261억원까지 반등한 상황이다. 올해 리오프닝이 본격화되면서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란게 업계 중론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두드러졌던 홈술·혼술 트렌드에 저도수 주류 맥주에 대한 주목도 및 눈높이가 높아진만큼 일부 경쟁력 있는 제품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쟁력이 확인된 제품을 둘러싸고 업체들 간 기존 협력 관계를 깨고 경쟁 구도에 돌입하게 된 이유다.

수입맥주 한 관계자는 “한국은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기준이 까다롭고 유행에 민감해 세계 주류업체들에게도 위상과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는 시장”이라며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서 통한다는 의미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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