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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검찰조사 질문에 "그때 가서 보자" 즉답 회피(종합)

노희준 기자I 2018.06.01 15:29:09

1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의혹 부인
"재판 개입·판사 불이익 결단코 없었다"
"두 가지는 양보할 수 없는 한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양승태(사진) 전 대법원장이 1일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한 사항이 결단코 없다고 밝혔다. ‘뒷조사’ 대상의 판사에게 불이익을 준 적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2시 경기도 성남시 자택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대한 긴급 기자 회견을 열고 “이 두 가지는 제가 양보할 수 없는 한계점”이라며 “조사단에서도 이 두 가지는 똑같은 결론을 낸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기된 의혹을 부인한 셈이다.

검찰 조사가 이뤄진다면 조사를 받을 의향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수사를 한다는 것이냐”고 기자들에게 되물은 뒤 “그건 그때 가서 보자”고 즉답을 피했다. 조사단의 추가 조사를 수용할 의사를 묻자 “조사가 거의 1년 넘게 3번 이뤄졌고 컴퓨터를 남의 일기장 보듯이 뒤졌다”며 “그런데도 사안을 밝히지 못 했다면 제가 더 가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우선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대법원 재판이나 하급재판에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며 “재판독립을 금과옥조로 삼아 법관으로 45년 살아온 사람이 남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을 꿈을 꿀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상고법원 도입)정책에 반대한 사람이나 어떤 일반적인 재판에서 특정 성향을 나태낸 것을 갖고 당해 법관에게 편향된 조치를 하거나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제 재임기간 일 때문에 법원이 오랫동안 소용돌이 속에 빠져 국민들이 보기에 안타까울 정도의 모습이 된 것에 대해 슬프고 안타깝다”며 “제가 있을 때 법원행정처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걸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사과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달 25일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로 의혹이 제기된 지 1주일 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 협조를 얻을 목적으로 주요 재판의 판결을 정권의 입맛에 맞게 조정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상고법원은 항소심(2심) 법원과 대법원(3심) 사이에 별도의 법원을 추가한 것을 말한다. 대법관들은 주요 사건에만 집중하고 상고법원에서 일반 3심 사건들을 심리한다는 취지다.

앞서 특별조사단은 재판 거래의혹 등이 담긴 문건들이 양 전 대법원장에까지 보고됐는지 확인하지 못 했다. 특별조사단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를 시도했지만 그가 거부하면서 실패했다. 특별조사단은 퇴직자에 대한 소환 조사 권한이 없어 거기서 멈췄다.

다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의혹 문건’을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임 전 차장이 보고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얘기하고 기억이 안 난다고 얼버무린 답변을 근거로 삼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현재 ‘재판 거래’의혹과 관련한 당사자의 형사 고발을 검토 중이다. 경우에 따라 전직 대법원 수장인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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