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논란에…고은 신작 시집 출간 불투명

장병호 기자I 2018.03.12 16:39:46

출판사 창비 "신작 출간 보류" 입장 밝혀
등단 60주년 기념 담았지만 출간 어려울 듯
서울도서관 ''만인의 방''도 12일 철거돼

12일 오전 서울도서관에서 관계자들이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시인 고은의 작품세계를 조명한 ‘만인의 방’ 을 철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성추행 논란에 휘말린 시인 고은의 신작 시집이 출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고은 시인의 신작 시집 ‘심청’을 출간할 예정이었던 출판사 창비 관계자는 12일 이데일리에 “현재 출간을 보류한 상태로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전했다.

고은 시인은 지난해 연말 신작 원고를 창비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심청전’에서 모티브를 얻은 200자 원고지 1000매가 넘는 서사시다. 올해 등단 60주년의 의미를 담아 출간될 예정이었으나 성추행 의혹에 휘말려 출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다만 창비가 고은 시인의 신작 출간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 관계자는 “출간을 보류한 것일 뿐이며 향후 계획은 정리 되는대로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창비는 성추행 논란에 대한 고은 시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고은 시인이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며 계속 글을 쓰겠다는 입장도 기사를 통해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추행 논란 이후 고은 시인을 지우는 작업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서울시는 12일 오전 서울도서관 내에서 마련한 전시공간 ‘만인의 방’을 철거했다. 이곳은 최근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이 논란이 불거진 뒤 지난달 말 철거 방침을 세우고 가림막을 쳐 방문객의 접근을 막아왔다.

‘만인의 방’이라는 이름은 고은 시인이 자신의 대표작 ‘만인보’(萬人譜)에서 따와 직접 붙였다. ‘만인보’를 집필한 경기도 안성시 ‘안성서재’를 재현한 공간과 기획전시로 꾸몄다. 그러나 불미스러운 논란 속에서 개관 이후 4개월 만에 철거하게 됐다. 필기구·안경·모자·육필 원고·집필 자료·도서 등 전시품은 고은 시인에게 반환될 예정이다.

앞서 출판사 스리체어스는 지난 10일 고은 시인과 관련한 책을 전령 회수해 폐기한다고 밝혔다. 이 출판사는 인물 한 명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격월간 잡지 ‘바이오그래피’ 6호를 통해 고은 시인을 다뤘다.

스리체어스는 고은 시인이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이후인 지난달 19일 편집부에 전해온 글도 공개했다. 스리체어스는 온라인 뉴스레터 ‘북저널리즘’ 토요판을 통해 고은 시인이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언어가 다 떠나버렸다. 언젠가 돌아오면 그때 말할 것이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고은 시인은 시인 최영미가 지난해 연말 발표한 시 ‘괴물’이 올해 초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성추행 의혹에 휘말렸다. 현재까지 공개적인 사과 없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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