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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6주년 제헌절 경축식’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22대 국회가 개원식도 열지 못하고 제헌절 행사를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은 21대 국회도 제헌절 하루 전인 7월16일에 개원식을 하고 제헌절을 맞았다. 이날 여당 의원들은 경축식 직전에 로텐더홀 계단에서 ‘민주당의 위헌·위법 탄핵선동 규탄대회’를 한 뒤 행사에 참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행사 직전 선배 국회의장 등과 환담 때부터 고개를 숙였다. 우 의장은 “(여야) 갈등이 너무 심각해 제헌절을 맞이하면서도 국회 개원식을 못하는 초유의 사태”라며 “의장인 제가 매우 부족해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기념사를 한 정대철 헌정회장 역시 “76년 이르는 파란만장 헌정사의 산증인 헌정회원과 유권자 국민 앞에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마냥 축하만 할 수 없는 착잡한 심정”이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개원식이 무산될 가능성도 크다. 통상 개원식은 대통령 개원연설과 국회의장의 개원사, 여야 의원 전원 선서로 진행된다. 하지만 야당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및 채해병 특검 등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참여해 연설을 하는 상황도 어색하다. 개원식이 열리지 못한다면 이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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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극한대치가 이어지는 이유는 ‘채해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방송4법’, ‘노란봉투법’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다. 이들 법안 모두 야당이 주도하고 있으며 여당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여기에 야당이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및 이원석 검찰총장 등을 증인으로 부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까지 단독처리하면서 여야의 갈등이 더욱 깊어진 모양새다.
여당은 제헌절 행사에 앞서 연 규탄대회에서 “민주당은 다수의석의 오만함에 취해 오로지 이재명 방탄을 위한 무분별한 특검과 탄핵 추진으로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힐난했다. 또 대통령 탄핵 청문회와 관련 “우리 국민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아무렇게나 외치며 선동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민주당은 여당이 대통령 방탄을 위해 정치파업을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2년 내내 대통령은 거부권과 시행령 통치를 남발했고, 난파하는 국정을 바로잡아야 할 여당도 대통령 부부의 방탄을 위해 명분 없는 정치 파업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며 “국민의 삶을 정말 눈곱만큼이라도 생각한다면 당장 정치 파업부터 거두라”고 비판했다.
전수미 숭실대 평화통일연구원 교수는 “여야 모두 전당대회를 앞두고 집토끼를 모으는 데 집중하는 상황”이라며 “각자 서로의 필요에 의해 강대강으로 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당대회가 끝난 후에는 내부 지도체제를 만들고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기에 협치가 예상된다”며 “자의든 타의든 지금과 같은 대립 구조를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기에 양보하고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당 전당대회는 오는 23일, 야당 전당대회는 다음달 18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