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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하이실리콘과 SMIC가 5㎚ 반도체 생산을 위한 설비를 상하이에 구축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화웨이는 새로운 플래그십 휴대전화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5㎚ 반도체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스마트폰용 5㎚ 프로세서 생산이 궤도에 오르면 화웨이의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인 어센드 920도 5㎚ 기술로 생산될 것이라고 FT에 전했다.
미국은 2022년 14㎚ 이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미국의 요청으로 일본·네덜란드도 여기에 동참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이실리콘과 SMIC는 7㎚ 반도체인 ‘기린(Kirin) 9000 s’를 선보이면서 이 같은 규제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를 두고 “미국의 뺨을 때렸다”는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5㎚ 반도체 양산까지 성공한다면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보여주는 또 다른 상징적 장면이 될 수밖에 없다. FT는 “5㎚ 반도체는 현재 가장 첨단인 3㎚ 반도체보다는 한 세대 뒤처져 있지만 미국의 수출 통제에도 중국 반도체 산업이 점진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SMIC 등은 5㎚ 반도체를 생산에 자국 장비가 아닌 기존에 수입한 미국·네덜란드 장비를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5㎚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다고 해도 중국 반도체 산업이 넘어야 할 벽은 높다. 관계자들은 SMIC의 5㎚ 반도체 수율이 TSMC의 3분의 1에 못 미치고, 가격은 40~50% 높다고 전했다. 반도체 전문가인 더글러스 풀러는 “만약 이것(5㎚ 반도체 양산)이 중국 정부에 양산이 가능하다는 화웨이와 SMIC의 시연에 지나지 않을 수 있을까”라며 “돈이 문제가 안 된다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SMIC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운명과 향후 기술 발전은 SMIC의 5㎚ 반도체 생산 라인에 달려 있다”고 했다.